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이전화 보기: 아이 안 낳으려면 왜 결혼했어요? 연애만 하지.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인지 '엄마'라는 호칭이 너무 어색하다. 지금도 앵무새 한 마리(여름)의 엄마로 불리고 있긴 하지만 그는 내가 낳지도 않았고 수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의 형태는 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아닌 셈이다.
얘기를 보태자면,
그마저도 스스로 엄마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다. 새를 엄마 집에 보여주러 갔더니 울 엄마가 본인이 할머니라 지칭하시더니 '너네 엄마가~'하셨다. 그날 그대로 나는 새(bird) 엄마가 되었다.
새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그냥 누나나 언니 정도로 불러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지만 뭐 어떤가 싶었다. 새엄마도 좋지. 적어도 사람 엄마는 아니잖아?
그런데 41세에 사람 엄마가 되었다.
그 엄청난 사실을 안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남편이 '봄이 엄마~'하고 불렀을 때 너무 어색하고 민망했다.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사실이니 잠자코 있었다.
참 내.
나도 내 맘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익숙해지겠지.
내 아이는 나를 그 호칭 외에는 부를 수 없다. 넉살이 좋은 성격이라 수연 씨~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아닌 것은 아니다. 내게 너무나 당연한 하나의 정체성이 생기는 것이다.
엄마.
엄마.
엄마라니!
언젠가 엄마가 돼 보지 못해서 아쉬워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가 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50:50의 운명에 맡기자고 마음을 먹고 기한을 50살로 미루었다.
그런데 기어이 엄마가 되었다. 아무래도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내게 경험하게 해 주시려나 보다. 나는 격하게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