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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ul 26. 2023

40대 딩크족. 일하는 게 좋은데 어떻게 해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지난 화보기: 입덧 때문에 떠오른 추억 






사회 초년생 시절

대리님이 날더러 그랬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능력남 만나고 빨리 결혼해서 편하게 살라고. 그게 최고라고. 


승무원 시절에도 비슷했다. 워킹맘 선배들은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해서 일하지 않고 사는 게 최고라고 조언해 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돈 많은 남자친구와 만나면 인생이 편해진다. 예전에 어떤 이는 비실비실 하던 내게 휴직을 권했다. 


쉬어~! 돈 걱정하지 말고!


그는 직접 휴직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주고 매달 월급 + 학비를 통장에 턱턱 꽂아주었다.   

일하지 않아도 통장에 돈이 매달 들어온다. 오예? 


처음 3개월은 참 좋았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이후로 내 마음은 슬금슬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깐, 시간이 있으니 이참에 공부를 더 해보자. 

다음 커리어에 대한 계획을 세우자. 

하고 싶었던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자. 


그는 내가 다시 일한다는 소식에 너무나 실망한 듯했다. 흑흑. 난 도저히 가만히는 못 있는데 어쩌겠어. 


일하게 해 줘...!! 





새롭게 공부하고 단계를 밟아 강사가 되었다. 처음엔 일이 없어 죽을 뻔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이 없어서. 나의 노동을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건가?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건가? 


작게라도 무언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 사람. 편안히 있을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지 팔자 지가 꼬는 여자. 그게 바로 나다. 



예전 동료가 말했다. 

본인은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아무런 마음의 근심 없이 아주 즐겁게 살고 있다고.


부럽다! 그 마인드! 


뼛속 깊이 노동자여서 일까? 

안타깝게도 난 편히 놀지 못한다.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하는 게 좋다.


그래서 딩크의 삶이 좋았다. 

나도 일하고 남편도 일하고

돈을 벌어서도 좋지만 그보다 좋은 건 

일에서 오는 보람과 성취감이었다. 


그게 나고 내 인생이었다. 


아이를 가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남편에게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남편이 그토록 좋아하는 일을
빼앗을 수는 없다. 



그럼 나는?

나도 일이 좋은데?

난 어떻게 해?


아기는 3년간 알뜰살뜰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 보살핌을 주로 줘야 한다면 그게 엄마인 거야? 


난 안돼

난 그럴 시간이 없어.

그럴 여유가 없다. 


그렇게 아이 없는 40대가 되었다. 

그랬더랬었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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