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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ul 24. 2023

입덧 때문에 떠오른 추억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이전화 보기: 40살 넘어 몹시 어색한 이름, 엄마





입덧은 어때요? 



임신 9주 차에 정기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입덧은 괜찮은지 물어왔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싶어 당당하게 말했다. 


약은 필요 없겠습니다. 

 

그렇게 노산모는 호기롭게 병원 문을 나섰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왠 헛구역질을 시작으로 속이 심히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전날 소주 3병 마시고 거제도 가는 배를 탄 기분, 그 숙취와 멀미! 







그러고 보면 나는 멀미에 몹시 약하다. 


오래전 일이다. 친구와 크루즈 여행을 갔었다. 커다란 호화여객선을 타고 태평양 바다를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여행! 찬란한 태양이 바다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선상에는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었다. 


다양하고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샴페인에도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끔찍한 뱃멀미로 홀로 선실에 콕 박혀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나는 멀미가 심하다.  

멀미 때문에 택시도 잘 타지 못한다.

KTX 역방향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객실 승무원 시절, 국내선만 타면 이착륙 시 제일 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멀미 때문이었다. 옆에 앉은 선배님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저런, 승객들도 잠잠히 있는데 승무원이...."  




어쨌든 멀미는 내게 불청객 수준이 아니다. 

진상 중에 개진상이 바로 멀미라는 녀석이다. 

그 악명 높은 멀미를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겪고 있다


노산이니까 봐달라고 해봤자 소용없다.


그저 묵묵히 산부인과로 달려가서 

번호표를 뽑고 조신히 처방전을 받아다가 

후닥닥 약국에 뛰어가야 한다.

한 알에 무려 1500원짜리 입덧약을 얼른 두 알 꺼내 입에 털어 넣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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