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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ul 27. 2023

41세 임신 중, 나는 지금도 두렵다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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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소위 사이좋은 부부이다.


두 사람은 항상 같이 있고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하고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할 거야라고 한다. 


우리는 주말에 손을 잡고 어디든 간다.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나는 집안 정리를 하고

한 사람이 빨래를 개고 있으면 얼른 합류하여 함께 갠다. 


이처럼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싸울 일도 없고 화낼 일도 없다.



몇 달 후면 한 사람이 더 생기는데, 
그 사람은 너무 어려서 
우리 두 사람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를 돕기 위해서 

서로의 힘을 합치겠지만 

힘을 합쳐도 모자랄 수 도 있다. 


그를 돕느라 남은 힘을 다 써버려서 

지금처럼 서로를 아낄 힘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나보다 힘을 덜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이 된다. 


누군가는 우리 부부에 말했다.

부부가 사이좋은 이유는 애가 없어서라고.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소름이 끼쳤다.

부부 사이는 애를 낳은 후부터 시작된다고 적어놓았기 때문에.  


사이좋은 부부였던 그들은 

아이를 낳고서 무지하게 다투고 있고

자신도 그럴 줄 몰랐는데

어쩔 수 없더라는 이야기. 


그 걱정거리를 입 밖으로 낼 수 도 없는 이유는


정말 그렇게 되어버릴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난 항상 우리 부부의 사이가 좋아서 

자랑스러웠고,

그것이 우리 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껏 시간이 많았고
힘이 넘쳤기 때문에 자애로웠다.   



서로를 아껴주기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이가 나빠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임신을 하고 난 뒤로 

뭔가 조금씩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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