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세요. 40살 이상은 표에 나와있지도 않죠? 나이가 많을수록 기형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정말이다.
표에는 떡하니 40세까지만 적혀있었다.
나는 엉겁결에 표에도 끼지 못한
외로운 41살 고위험 산모가 되었다.
요지는 이랬다. 산모의 나이가 많으니 10만 원 드는 통합기형아검사 말고 70만 원~160만 원에 달하는 정밀한 기형아 검사를 해야 한다고.
정밀검사의 종류는 1) 융모막 검사 (11주, 160만 원), 2) 니프티 검사 (11주 55~75만 원), 3) 양수 검사(16주 70만 원) *가격은 병원마다 상이할 수 있음* 총 세 가지로 시기와 방식이 다르니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서 다음 검사 때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기형아라니
생각만으로도 너무 무서운 단어!
40살 넘게 살면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50살 정도에 마음 바뀌면 낳으면 되지~.' 했던 과거의 나 녀석은 얼마나 무지했던가!
한 손엔 표가 적힌 종이, 다른 한 손에는 정밀 검사의 종류와 방법이 나와있는 종이를 들고 후덜 후덜 떨면서 병원 밖으로 나왔다.
산모의 피를 뽑아 검사하는 니프티, 태반의 조직을 떼내는 융모막 검사, 양수를 채취하는 양수검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세 가지 중 니프티는 선별검사이고 나머지 둘은 확진 검사여서 조금 더 정확하다고 한다.
그래. 결심했다. 가장 빨리 결과를 알 수 있고 가장 정확하며 가장 비싼(!) 융모막 검사를 하자!
쫄면처럼 쫄아버린 노산모는 돈으로 안도감을 얻기로 했다.
별일 없기를. 흑흑
11주 2일에 융모막 검사를 하러 갔다. 병원에는 나 말고도 여러 쫄면 산모들이 있었다. 우리는 은근한 눈빛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나이가 지긋한 담당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한 노산모를 안심시키고자 했다. 그 노력이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 아니 사실은, 태반을 찌르는 바늘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검사는 잘 진행되었고 이틀 후에 1차 검사 결과가, 2주 후에 2차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추가로 한 미세결실 검사는 검사일로부터 1달 후에 나온다.
1차 검사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1차에서 합격 목걸이를 받으면 2차는 99% 정상 결과를 얻는다.
이틀 정도야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정말 그랬다.
이틀 후, 1차 검사 결과는? 염색체 이상 없음!
돈을 주고 안심을 얻었다.
이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구나.
엉뚱한 교훈을 얻어버렸다.
정밀 기형아 검사를 한 산모는 시기마다 해야 하는 다른 기형아 검사에 한해 프리패스이다. 정말 그랬다. 저 융모막 했어요!라고 했더니 그럼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하셨으니까.
표에도 안 나와있는 41세의 노산모는 당당히 정밀 기형아 검사 Pass 결과지를 들고 앞으로 당당히 병원을 활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