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우리 부부의 기가 세서 그런지 대 놓고 아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은 없었다. 그러나 간혹 딩크의 글에 달린 사람들의 댓글들을 보며 딩크에 대한 시선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아이 안 낳으려면 왜 결혼했어요?
연애만 하지.
아이가 부부의 끈입니다.
아이 없으면 결국 끊어져요.
제가 아는 딩크 부부는 바람 피워서
다른 사람과 아이 낳았어요.
아이가 부부의 끈이라니?
아이 없어 끊어질 사이면 끊어지는 게 낫지 않나?
아이 때문에 원수 같은 사람과 억지로 살지 않아도 돼서 좋다.
결혼이 아이 낳으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정의를 다시 보고 오는 게 좋을 듯.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것을 결혼이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둘이 너무 좋아 결혼했고 함께 지낸 6년 동안 알콩달콩 잘 살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이혼도 늘었다는데 우리 부부는 꼭 붙어있을 수 있어서 더 좋았으니까 말 다했다.
누군가는 10년 지나 봐라 너네도 별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결같이 찰떡처럼 붙어있는 부부이다.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서로를 귀여워하고
진심으로 아낀다.
그래서 더더욱 아기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남편이 아빠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남들 다 하니까 아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날 보살피느라 힘든데(?) 아빠까지 되어 더 큰 책임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원해서 낳더라도 부담감이 어마무시할 텐데 부담감 없이 자유로웠으면 했다. (물론 나는 반드시 데리고 자유로워야 하지만)
우리는 자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주말에는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반려동물 동반 카페는 가도 키즈 동반 카페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40대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만
쏙쏙 골라해도 아무 상관없었다.
우리 사이에 싱그러움이 사그라져도
둘이서 손 잡고 걷는 산책길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이제는 반려동물 동반카페보다 노키즈 카페인지 먼저 살펴봐야 하고 내가 가고 싶은 카페보다 키즈카페를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대되는 건,
어릴 적 했던 놀이들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것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도 인생을 다시 사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이 새로울 것이라는 것.
그런 점들이 기대된다.
아 뭐.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