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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un 30. 2023

사실 난 딩크로 살다 죽으려고 했다.

43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43세의 나이에 갑자기 엄마(예비)가 되었다. 결혼도 한 여자가 왜 지금껏 아이가 없었냐면 인생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민하고 욕심 많고, 쉽게 우월해지거나 쪼그라드는 사람, 작은 일에도 한없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사람. 그게 나다. 짜잔!


20대는 '대체 난 이럴까?' 머리를 쥐 뜯는 날이 많았는데 40대가 돼서야 스며들듯 깨달았다.



아! 이게 나 구나!



그렇게 깨닫고 나니 드디어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었다. 어쩔 도리가 없잖은가? 누가 뭐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 예민하고 우울한 습성 같은 건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는걸 뭐. 나말고는 받아줄 사람도 딱히 많지 않으니 나라도 보듬어 줘야지. 


그 와중에 이루고 싶은 일들은 왜 이렇게 많았는지... 제대로 된 인생이란 이런 거다 정해놓고 갈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기는 하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제대로 된 사람 만나 결혼도 했다. 이뤄나가는 과정을 떠올리면 피가 솟고 등에 땀이 난다.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좋았지만 과정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인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 가장 대단한 일은 고장난 나의 dna를 후세에 남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비슷하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너무 일찍 커버렸다. 화목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역동을 어린 그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겪었다. 그게 자기 탓인줄 알고 눈치 보던 아이가 눈치보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너무 무거운 짐을 져버렸다. 


해소되지 않은 마음속 응어리들이 그의 마음 한편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면서 자신의 욕망으로 아이를 낳는 부모들을 못 배운 부모들이라 혐오했다. 


우리 두사람은 이 세상이 아이가 살기에 적합하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나를 왜 낳았냐며, 사는게 지옥이라며... 힘든 고비 눈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므로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어도 괜찮았다. 사이도 좋고 벌이도 좋다. 우리는 두 사람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쓴다. 다른 이들과 나도는 일도 없이 오로지 둘이서도 좋았다.


우리는 어쩌면 외롭지만

둘이서 충만하게,

그렇게 보낼 생각이었다.



                                                                           






서서히 나이가 들어 임신이 어렵다고 확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둘 중 누군가의 마음이 변해 나머지 한 사람의 손을 강하게 이끌고 병원에 들어서지 않고서야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길 리가 없다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어쩌면 나의 마음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엄마가 되어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죽어야 한다는 것. 인생 두 번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죽음의 문턱에 서서 지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괜찮았다.

선택이니까.

감당할 수 있는 선택.


그런데.

난데없이 아이가 생겼다?


남편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기에 아이를 주신 거라고 했다. 평온하고 따뜻하게 보살펴 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진 40대이기 때문에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정말 그럴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이제 2주 후면 딩크는 끝이 난다. 9주부터는 태아라고 부른다고 하니까. 

이미 소중한 아기지만 그래도 시간을 조금 얻을 수 있다면 2주 동안 딩크 부부의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싶다.  

 


40대 중반이 되도록 무자녀로 살던 딩크족. 

아이는 이번 생에 없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용종 떼러 갔다가 아기집을 발견했습니다. 


집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팍팍한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여자는 실감이 나지 않아 태교도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딩크와 유자녀 삶 사이에서 열렬히 고민하고 있는 딩크족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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