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연 Jun 27. 2023

임신 소식을 듣고 난 후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41세 딩크부부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졌다




임신이 확정되었던 날, 카오스와 같은 혼돈 속에서 잠을 설쳤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아기집과 난황(아기의 밥)은 있으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했으므로 내게 아기가 있다고 아직은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나는 아직 애 없는 딩크족이다.




 

좀 이상한 것은 이것이다.

보통의 산모는 6주 차에 아기 심장소리를 듣는다는데 나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째서지.

나이가 많아서 인가?


마음이 요동친다.

'아기가 있는 게 맞나?'

'이러다 아기가 생기지 않기도 하는 건가?'

'아기가 결국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계류유산이니 고사난자니 하는... 아기집만 생겼고 끝내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임신을 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이다.


분명 존재하였으나

나는 몰랐던 세상.


내가 살던 딩크족의 삶이 이토록 작았는지
아기를 가진 지 한주만에 깨닫고 있다.




배는 여전히 당기고 속은 더부룩하다.

피가 나온다던지 하는 이상 증세는 없다.


남편은 원래도 잘했지만 더 잘해준다.

혹여나 나도 마시고 싶을까 봐 맥주캔 따고 싶은 욕망을 참는 것이 기특하다. 


난데없이 청소도 빨래도 하고 밥도 해준다.

오....?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에게 아기라니?


우리는 이렇게 둘이 늙어갈 작정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지금 둘이지만.... 사실은 셋이다?" 하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심장소리를 들으면 남편은 의사 친구에게 병원을 추천받기로 했다. 나이가 많으니까, 최대한 조심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 마음이 고맙다.


우리 부부는 7주 차에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기가 잘 크고 있기를. 하고 진심으로 바라는 내 마음이 이상하다. 이게 본능이고 모성애라는 걸까? 


겁이 나 죽겠으면서도 아기가 안 보인다니 다음 주엔 보였으면 하는 알다가도 모를 변덕스러운 심경에 자신조차 종잡을 수가 없다. 


샴페인 한잔 찌끄리고 싶네.

일단 심장소리부터...




40대 중반이 되도록 무자녀로 살던 딩크족. 

아이는 이번 생에 없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용종 떼러 갔다가 아기집을 발견했습니다. 


집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팍팍한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여자는 실감이 나지 않아 태교도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딩크와 유자녀 삶 사이에서 열렬히 고민하고 있는 딩크족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이전 02화 초음파 속 블랙홀처럼 생긴 동그라미 그것은 아기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