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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un 25. 2023

초음파 속 블랙홀처럼 생긴 동그라미 그것은 아기집

43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졌다


명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내 자궁 속에는 용종들이 몇 개 살고 있었다. 의사는 커지지만 않으면 데리고 살아도 좋다고 해서 수년간 동거했다. 


1년 전 검진에서 의사는 조금 다른 말을 했다. 그제야 나는 용종과 이별할 때가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용종 크기가 커졌네요. 제거해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꼭 오늘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다음에 해도 될까요?


모르겠다. 두려워서일까? 용종들은 그로부터 1년 더 나와 함께 했다. 이윽고 출혈이 시작되고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해서야 나는 드디어 마음을 먹었다. 이 녀석들을 내보내야겠다고. 


"용종을 떼러 왔어요. 그리고... 제 생각엔 제가 조기 폐경이 온 것 같아요." 

".... 음 폐경은.. 아닐 것 같지만 초음파를 한번 보죠." 


   



초음파 속 블랙홀처럼 생긴 동그란 원을 보여주며 의사는 말했다.


"축하드려요. 임신이네요." 

"네? 그럴리가... 없는데요."

"이것이 아기집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믿기지 않았으므로 재차 되물었다.


"다른 것일 가능성은 없나요?"

"아니오. 아기집입니다."






임신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므로 다음날 눈 뜨자마자 다른 병원으로 출동했다. 그날은 공동 책임자인 남편을 대동하여...


초음파 화면 속, 어제와 비슷한 블랙홀, 그리고 그 안에 별처럼 깜박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새로운 의사는 내게 그것이 아기의 심장이라고 했다.


'심장... 저것이 심장이구나....'


아기는 너무 작아서 아직 치수를 잴 수 없으니 2주 후에 오면 심장소리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심장 소리....'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 

당황스럽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겁고 
좌절감이 든다고 하기에는 좀... 과한 
그런 기분이다.


나는 정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나이도 너무 많고


아직 다 놀지 못했다.

소중한 자유를 누군가와 나눠가질 여유가 없다랄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든다.

언젠가 후회했을 것이므로.

폐경이 임박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뭐- 나는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도 괜찮아- 하고 말할 자신이 없다.


죽음을 앞두고 

아이를 갖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하는 나 자신이 상상되지 않는다.


인생은 단 한 번이니까.

너무 늦었지만.

괜찮다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남편은 내가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는 그 즉시 마음을 정리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사람.





40대 중반이 되도록 무자녀로 살던 딩크족. 

아이는 이번 생에 없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용종 떼러 갔다가 아기집을 발견했습니다. 


집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팍팍한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여자는 실감이 나지 않아 태교도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딩크와 유자녀 삶 사이에서 열렬히 고민하고 있는 딩크족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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