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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Dec 17. 2021

애가 없는 40대 여자의 삶



분명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처음부터 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겠다.

다만 어느 순간에는 ‘절대 아이는 갖지 않을 거야.’하고 다짐했다가도 ‘뭐. 아이가 있어도 좋겠지.’하며 오락가락했을 뿐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다고 비난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딱 그런 심정이었다.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모든 미래는 상상일 뿐이다. 명료한 사실은 오로지 현재 나의 상태, 곧 무자녀 딩크 부부라는 사실뿐이다. 현재는 과거의 내가 저질렀던 모든 결정들의 결과물이다. 


나는 40대이고 남편과 함께 앵무새 한 마리를 키운다. 아기를 낳는 삶은 이번 생애에는 글렀지 싶다. 이미 나이도 많고 나는 물론이고 남편도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기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버겁고 괴로울 뿐이다. 


그래서 그냥 근래의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이가 없는 40대 부부는 다툴 일이 많지 않다. 나이 든 어른들은 달고 짠 음식을 아무렇게나 아침저녁으로 먹는다. 설거지나 빨래 거리가 좀 쌓여 있어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못 본 체하면 그만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가 있으면 분명, 지금의 ‘대충’은 통하지 않을 테다. 청결한 환경과 건강한 식습관은 아이의 생존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 게다가 ‘네가 엄마처럼 대~충 살아도 아무 문제없다.’하고 너스레를 떨 만큼은 나는 뻔뻔하지 못하다. 흑흑  


때론 상상을 해본다.

아이가 있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러나 사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혼자 와인을 시켜 마시며 엄청나게 즐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버릴 자신이 하나도 없다. 


미안하구나. 엄마가 이 모양이라서. 흑흑.


                                                                           




40대 중반이 되도록 무자녀로 살던 딩크족. 

아이는 이번 생에 없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용종 떼러 갔다가 아기집을 발견했습니다. 


집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팍팍한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여자는 실감이 나지 않아 태교도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딩크와 유자녀 삶 사이에서 열렬히 고민하고 있는 딩크족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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