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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Mar 11.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기쁨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기쁨이라는 말만 들어도 피식 웃음이 난다. 지금 이 순간은 기쁨이라고 새겨진 활자조차도 예뻐 보이기까지 하다. 최근에 주변에서 보았던 누군가의 기뻐하는 모습 중 하나가 떠올려지는가. 그보다도 자신이 기뻐했던 모습을 머릿속에 얼마나 담아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감정의 종류를 묻는 질문에 기쁨을 가장 먼저 꼽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친숙하고 익숙한 감정일 수도 있고, 학습을 통해 감정의 1순위로 자리를 잡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기쁨이라는 감정을 동일한 크기, 양, 의미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모르기는 해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감정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쁨은 사전적으로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한다.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고, 어느 정도 채워져야 흡족한지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쁨을 느끼는 지점과 크기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예를 들면 분명 저 사람은 지금 무척 기쁠 텐데 표정을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되레 우울하게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묻기도 어색하다.


후배 편집자가 편집회의 때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날이었다. 누군가는 이미 다른 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이디어라며 타박하기도 했었지만 적어도 우리는 무슨 이유였는지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제안이었다. 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후배 편집자와 세부 내용을 사내 그룹웨어 게시판에 공유했다. 전 구성원들에게 그 후배 편집자가 멋진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을 알리며 자랑하고 싶었다. 아마 다른 동료들이 후배 편집자에게 칭찬의 메시지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보낼 테고, 후배 편집자는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뻐할 줄 알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후배 편집자는 내게 자신의 당황스러움을 항의하는 말투로 건넸다. 나야말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되물었다. 예상했겠지만 사내 게시판과 같이 공개된 공간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올라가 있는 것이 싫었나 보다. 임직원들의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가 후배 편집자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괜히 후배 편집자와 나의 거리감만 키운 결과였다. 난감했지만 나의 본래 의도를 설명하는 것 말고는 해줄 말이 없었다. 사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더러 있었다. 


그날의 그 사건은 결과적으로 아무에게도 기쁨이 아니게 되었다. 후배 편집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함에 있어 동료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받을 욕구가 없었던 모양이다. 충족할 욕구가 없었으니 흐뭇하거나 흡족한 마음이 생길 리 없었다. 물론 후배 편집자가 나의 진심을 아예 외면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불운하게도 후배 편집자에게 불편함을 만들어준 꼴이 되었다. 


아마도 이어지는 많은 감정 이야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전할 메시지이겠지만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다. 비록 무의식적으로 나타난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감정의 주체인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을 예단해서도 안 되며, 아무런 실속 없이 어설프게 행동으로 옮겨서도 안 된다. 또 다른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오해와 억측으로 나 자신도 마음이 편치 않은 애매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편 당신이 기쁨을 느끼던 때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평생 느낄 기쁨의 총량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불교에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의미와 같이 마음먹기에 따라 기쁨의 빈도와 크기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기쁨과 같이 긍정적인 감정일수록 자주 크게 느끼면 좋으련만 하루에도 느끼게 될 수많은 감정들을 통제하는 일이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나는 감정에 관한 졸저를 계획하고 이렇게 몇 줄씩 써내려가는 이 순간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이 기쁨은 그저 나만의 기쁨일 뿐이다. 설령 누가 뭐 그깟 것으로 기쁨을 느끼느냐고 나무라더라도 상관없다. 이 순간의 기쁨은 오롯이 내 몫이기 때문이다. 오늘 어떠한 기쁨의 감정을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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