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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궁은정 WiseFrame Nov 02. 2019

[에필로그]엄마라서, 꿈은 이루어진다

이미 엄마는 엄청난 존재로 존재한다

엄마의 꿈은 좌절되기 쉽상이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해야 하는 때가 많다. 아니 고민조차 잊고 살아가게 된다. 남편이나 아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며 살아야 하기도 하고, 지금 짜여진 생활이 안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그 길을 찾을 의지가 부족하거나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무언가 이룰 수 없는 이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무언가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그 수십 가지의 다양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낸다. 엄마이기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꿈이라는 것은 거대한 무언가가 아니다. 세계 평화나 인류 구원과 같은 것도 누군가의 꿈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꿈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해서 살아내는 방식이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 꿈을 이룬다는 것은 나로 시작해서 타인, 세상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어떠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만 머물렀던 것을 끄집어 내어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세상에선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고 소통을 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생각했던 것이 구체적으로 바뀌고, 실현할 수 없는 것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구별하게 된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좌절도 겪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짙은 배신감과 실망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의 껍질을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하기 때문에 자기 안에만 파묻혀 있을 수가 없다. 아이를 낳기 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사람도 다르지가 않다. 자신의 세계, 나의 습관, 삶의 방식, 고정관념이 아이로 인해서 하염없이 무너져 내린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방긋 웃는 얼굴에 마음이 녹아서 아이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가 있었는지도, 아이가 없는 나만의 세상을 생각하는 것도 어색해 진다. 


이렇게 서서히 무너진 세상은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문이 되기도 한다. 어떤 것을 갖기 위해서는 이미 쥐고 있었던 것은 놓아야 한다. 엄마가 되는 것은 처음이라, 모든 것을 이해하고 동의해서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을 놓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되는 삶에 대해서 어렴풋이 듣고 곁에서 보았지만, 막상 겪어 보면 참으로 몰랐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쩌다 보니 엄마가 되었고, 엄마가 되어지다 보니 이전의 삶과 이별 '당하게' 되는 면이 있다. 그렇게 새로운 세계로 떠밀려 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표류해서 닿게 된 하나의 거대한 대륙은 참으로 단단하고 멋진 신세계이다.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만나서 키운다는 것,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엮인 다는 것은 온 우주를 만나는 일처럼 거대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혼자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짓고 다듬는 과정은 놀랍도록 힘겹다. 그렇지만 놀랍도록 안정적이고 힘이 된다. 손에 잡히지 않을 것처럼 희미하게 흘러갔던 시간이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몸에 와 닿는다. 왜 해야 하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삶의 방향은 아이의 삶과 부딪히며 명확해 진다. 더 이상 삶이 무의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따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미 엄마는 엄청난 존재로 존재한다. 


무게감. 오히려 이 거추장스럽고 힘겹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무게감 때문에 엄마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수행자가 평소에 몸에 무거운 모래를 차고 다니면서 힘을 키우듯, 엄마는 아이를 안고 하루하루를 수행해 나간다. 이렇게 단련된 의지와 체력(?)은 새로운 일을 해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나서 기존의 틀로 살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혀 본 경험이 새로운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전에 대기업에 다니면서 고속승진을 했던 한 여성은 엄마가 되고 나서 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집 안에만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매주 캠핑 여행을 떠나는 생활을 시작했고, 그것을 책으로 기록하였다.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계속 대기업의 직장인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일거라 여겼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하나의 세상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기업은 쉽게 놓기 어려운 선택지이니까 말이다. 밀려났으면 밀려났지, 스스로 물러나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인정해주고 보상도 두둑히 해주는 그런 일을 과감히 버리고, 다른 세계를 찾아 떠나는 결단은 아이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엄마라서 무엇을 하지 못한다는 말은 맞다. 동시에 엄마라서 할 수 있다는 말도 맞다. 어느 말을 선택하며 따라갈 지는 각자의 몫이다. 어떤 인생의 길에 서 있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단 한 번에 무언가가 되겠다는 생각만 없다면, 그리고 내 생각한 모습이 반드시 펼쳐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앞으로 가야할 길이 조금씩 보이고 열릴 것이다. 그렇게 매 순간 정성을 다한다면, 엄마라도, 엄마여서 꿈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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