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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sumer Sep 05. 2022

생일 축하합니다?

79년생 원이 아빠의 생일날 다짐

 어린 시절 생일은 어떤 선물을 받을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것을 속상했던 기억도 있다. 잘 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친구 덕에 우리나라에 막 개점했던 TGI 프라이데이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던 기억이 난다. 직원들이 와서 기타를 치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누구 생일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중, 고등학교 때 생일은 공부한다고 그냥 넘어갔던 것 같고, 대학교와 사회초년생 때 생일은 신나게 술을 마시는 날이었다. 생일은 그냥 술을 마시는 건수였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일은 점점 적어진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식사나 술자리에 참석한 기억도 거의 없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내가 바라는 것들은 대부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어린 시절처럼 갖고 싶은 장난감 같은 것은 없다. 이렇게 보면 생일은 그냥 1년 365일 중에서 하루일 뿐이다. 하지만 내 생일을 까먹을 수가 없는 것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브랜드 사이트들에서 날아오는 생일 축하 문자들 때문이다. 언제 가입을 했는지도 언제 방문을 했는지도 기억이 없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생일 1주일 전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문자를 보내온다. 문자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번호 혹은 포인트를 내 계정에 넣어두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문자들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일이라고 준 쿠폰이나 포인트를 사용해본 적도 없다.

 주말을 바쁘게 신나게 놀고도 월요일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난 다섯 살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는 생일선물 안 받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은 같은 반 친구가 생일이면 자신의 생일이 아니지만 선물을 받아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누가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생일인 아이의 엄마들은 생일 축하용 케이크 외에도 같은 반 친구들 모두에게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준다. 나도 처음에는 참 정성스럽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런 선물들이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포장까지 해서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도 그렇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늘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포장된 생일 선물이 없다면 어린이집에서 사용할 생일선물을 준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받는 선물 외에도 아들은 생일 때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왜 이렇게 비싼 건가 생각이 드는 장난감도 더 사주고 싶다.


저녁에도 아들은 같은 질문을 물어볼 것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아빠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던 분들이 선물을 보내주셨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선물보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피자 한판을 주문하는 것이 더 간단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아빠는 네가 제일 큰 선물이라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같은 강도의 일이나 운동을 해도 더 피곤하고 회복에도 더욱 시간이 걸린다. 내가 벤자민 버튼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섯 살 아들이 대학을 갈 때까지는 학비를 대주어야 하고, 이런 생각을 하면 그때까지 건강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회사일 외에도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만 하고 이를 위한 전제는 내가 건강해야만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두 번 고민한 것이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될지 방법은 알고 있는데,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첫째, 더 시간을 쪼개서 살아야만 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빼고 운동도 해야 하고 수입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하니까, 방법은 조금 덜 자고 빨리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


둘째, 운동도 수입이 되는 일을 찾는 것도 계획을 세워서 해야 한다. 숫자가 들어간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실천만 하면 된다. 올해도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쓰기, 새벽 수영하기 등 여러 가지 목표가 있었지만 실천을 하지 못했다. 특히 새벽 수영하기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기존 월 등록회원들 중에서 취소한 사람들이 있어서 어렵게 등록을 하게 된 것이지만, 몇 번을 했는지 세는 것이 빠르다.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어떻게 수영장까지 갈 것인지도 정해두고 화장실을 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수입이 되는 일을 찾아보는 것은 기존에 유튜브 영상 촬영 및 편집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팟캐스트 쪽으로도 생각은 해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소재나 제작방법까지 고민하지는 못했다.

운동은 이번 주에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 완주를 해보려고 했는데, 회사일도 있고 수영 훈련 부족으로 아예 출전을 못했다.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 완주라는 목표는 올해는 내가 출전할 만한 적당한 대회가 없어서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수치화해서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재직 중인 스타트업에서 최근 출시한 앱 ‘3,2,Go’를 활용해서 맨몸운동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원펀맨’ 챌린지라는 것이 있는데, 몸짱인 만화 주인공이 매일 하는 운동을 따라 하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10km 달리기와 맨몸 운동으로 스쿼트,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를 각 100번씩 하는 것이다. 10km 달리기를 매일 하는 것은 무리라서 맨몸운동인 스쿼트,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각 100번을 하고 여기에 플랭크 3분을 더해보려고 한다. ‘3,2,Go’ 앱은 3세대 이후 에어팟과 연동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맨몸운동 카운트가 될 뿐 아니라 일단위로 기록도 된다. 쉽지 않겠지만 하루에 20분을 투자해야 하고, 우선 30일을 도전해보려고 한다.

나이를 먹으니 생일이라는 것은 누구에게 축하를 받기보다는 자신이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축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나를 건강하게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과 평소 자주 연락도 하지 못했지만, 카카오톡으로 축하를 전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더욱 감사하게 생각되는 하루이다.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때는 작은 케이크를 사갈 것이다. 아직 다섯 살 아들은 크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에서 일렁이는 촛불을 끄는 것을 좋아하니까… 2022년 내 생일은 그거면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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