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다

프로 백수.

by 별썽

회사가 정해 준 틀에 맞게 꽉 짜인 시간표대로 21년이나 생활했으니, 적당히 노는 시간을 즐기고 난 후엔 내 루틴을 만들어 생활하는 게 쉬울 거라 생각했다.

뚝딱 쉽게 되는 일은 아니었다.

40이 넘어 나를 만나, 나를 관찰하고 나를 다독이면서 사는 일들.

조직의 울타리 안에서 적극적이고 열심히어야 했던 나는

지금 내 구역에선 그저 소심하고 예민하지만 표현은 잘 못하고, 적당히 게으르며 이렇다 할 별 능력 없는 아줌마일 뿐이다.

뭐라도 노력하면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재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열심’이 사라진 지금... 그냥 살고 있다.

저녁이면 내일하루의 일들을 계획하고 내일이 되면 포기하는 일들. 이런 나에게 실망하기보다 이런 모습까지도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겠다.


프로계획러 이자 프로포기러인 나.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과 압력이 없으므로 자유스럽게... 표류해 보자.

나를 알아가면서 읽고, 걷고, 사진을 찍고, 내가 찍은 사진을 그리며 충만한 40대를 보내고 있다.

행복을 이룬 거다. 진행 중인 행복 안에 서 있다. 지금의 난.

근데 불안함은 뭐냔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 지금, 이 행복감을 누리려면 불안감을 먼저 치워야 하는데... 마음먹기에 달린 건지 생산적인 일에 도전을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산 세월보다 더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으니, 뭐라도 계획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근데 또 이렇게 계획을 해야겠다는 다짐만 매일 되풀이하고 있다.

이젠 프로다짐러...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나는 프로백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