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
2018년 봄, tvN드라마 <나의 아저씨>
삶이 지긋지긋한 이지안(아이유)과 볕 들 기미 없는 삶을 꾸역꾸역 순리대로 살아가는 삼 형제 박상훈(박호산), 박동훈(이선균), 박기훈(송새벽),
그리고 답답한 삼 형제가 징글징글한 엄마 변요순(고두심)이 주인공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쓴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다.
이렇게 어두운 드라마를 본 적이 있던가.
실장님과 캔디가 등장하는 드라마만 보다가 첫회부터 몰아치는 어두움과 드라마 속 삶의 지난함에 당황했었다.
망가진 삶들이 너무 많은데, 그 망가진 삶들이 또 너무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그냥 사는 거다.
이미 망가졌고, 살 수록 더 망가지기도 하지만, 망가진 채로 각자의 찌질함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밝아질 수 있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 슬프고,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고, 험난하다.
그런 그들의 삶 속에 “정희네” 가 있다.
극 중 박동훈(이선균)의 친구 정희(오나라)가 하는 술집이자, 정희의 살림집이다.
드라마에서 따로 언급된 기억은 없지만, “정희네”는 정희의 경제적인 생계를 위한 일터라기보다는 정희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생존지다.
가끔은 정희도 ‘퇴근’이라는 걸 하고 싶어서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 가게 문을 닫고 함께 나갔다가 동네를 한 바퀴 크게 돌아 다시 집으로 퇴근을 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의 삶이 어둡고 무겁다고, 사람들까지 어둡지는 않다는 점이다. 주인공(아이유, 이선균)이 아니라도 인생의 이야기가 보이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정희네가 좋았다. 무거운 하루를 끌고, 정희네에 입장하면, 먼저 온 후계동 아저씨들은 이미 즐겁다.
그래봐야 또 돌아오는 ‘내일’은 피할 수 없겠지만, 아지트가 있어 활기가 생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소란스러움이 정희를 살게 한다. 허름하지만, 언제나 그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삼 형제와 후계동 아저씨들의 아지트. 정희네.
(현실에서 ‘정희네’는 인천 만석 1차 아파트 입구에 있는 개인집이라고 들었다. 헌터들은 이런 곳들을 어떻게 찾아낼까.)
어쩌면 우리 모두 저런 공간이 필요할지도.
나도 저런 아지트가 갖고 싶은 마음에 그렸었다. 고래를 더 고래처럼 그리고 싶어서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벽돌 타일도 더 세심하게 그리고 싶었으나 손이 바보라 엉성하게 그려졌다.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오느른’에서 가수 정미조 님이 부른 나의 아저씨 OST '어른‘을 들었다.
원곡도 좋지만, 어른 목소리로 듣는 ‘어른’은 더 감동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오느른, 나의 아저씨, 어른)끼리 통하는 것도 신기했고, 드라마의 여운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보고, 듣고, 즐긴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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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에서 까멜리아가 프롤로그였다면,
정희네는 에필로그쯤 된다.
<내 첫번째 스케치북> 그림과 글이 끝났다.
또 다른 브런치 북은 <김제, 그리다>이다.
이 내 첫번째 스케치북을 “제주, 그리다”로 하고 싶었으나 내 첫번째 스케치북에 대한 애착으로 <내 첫번째 스케치 북>이라 이름 지었다.
반응이라는 게 있어서, 다음 그림에세이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내 그림을 볼 때만큼의 애틋함은 없으시겠지만,
이 그림에세이를 보시는 분들 모두가 마음이, 조금은 행벅하고 편안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