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않기를. 나를 잃지 않기를.
(어느 바다 그림인지 알아보시는 분이 있으려나.)
그림 속 시점은 코로나 시국이었다.
전 이야기에서 그린 그림처럼 나는 여행을 못 가도 그림 속에 날 그려 넣어 여행을 보내주면서 버티기도 했으나, 어떤 날은 버틸만했고, 어떤 날은 숨 막히게 답답하기도 했다.
이 그림 속 나는 버틸만한 나였는지, 숨 막히게 답답한 나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날도 함덕은 옳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그 바다에 서 있었던 건 확실하다.
그날 바닷가 풍경을 떠올리면 음소거된 멈춘 화면처럼 느껴진다. 소리 없이 차분한 바닷가. 하얀 파도도 쳤었고, 사람들도 꽤 있어서 소리가 없었을 리가 없는데...
이 날 바닷가 사람들은 코시국에도 현실을 떠나온 대범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여행객들이라 일탈과 설렘이 다 느껴졌었는데 왜 기억 속 풍경에는 소리가 없을까. 알 수 없다.
지금은 너무 잘 보이는 삐뚤어진 수평선이 그때는 안보였을까?
평행에 집착이 있는 편이라 사진을 찍어도 수평선을 조정하는 내가 그림 속 수평선을 왜 수정 없이 그냥 뒀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코로나로 뭉개진 3년은 그렇게 대부분의 기억도 뭉개놓은 듯하다.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그림 속에서도 마스크가 자연스러운 게 조금 슬펐던 것과 목이 거북이처럼 그려졌는데도 너무 나 같아서 신기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흙길 위에 검은 돌을 집중해서 그린 기억도 선명하다.
어떤 사소한 기억은 선명하고, 어떤 기억은 생각도 안 나는 게 묘하다.
점점 더 잊고 사는 게 많아지겠지만, 잘 잊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 나만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를 잊지 않기를. 나를 잃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