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수국
골프를 배우는 동안에 이걸 계속해? 말아? 수없이 번뇌했었다. 아주 쉬운 ‘똑딱이’를 배우는데도 몸이 ‘뚝딱이’가 되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풀스윙을 배우는 것도 남들보다 오래 걸렸다. 몸을 쓸수록 동작이 자연스러워지는 게 아니라, 내 움직임이 바보 같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골프를 배우는 동안에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었던 것 같다.
처음 필드에 나간 날, 잘 가꿔진 골프장 경치를 보며, 초록 잔디를 처음 밟았을 때, 어쩌면 난 이 운동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초록색 풍경을 좋아하기도 하고, 온통 초록색인 풍경 속에서 소수로 어울리고 걷는 시간이 좋았다. 골프를 잘 치고 못 치고는 다른 문제다. 그 자체로 좋았다.
그리고 그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골프장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무나 장소가 있다.
언젠가 그 장소들을 그려볼 계획이다.
이 그림은 제주 표선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골프장 내 호수 (해저드) 풍경이다.
어느 해 여름, 별 기대와 생각 없이 따라간 골프였다.
입구에서부터 수국들이 피어 있어 반가웠다. 홀과 홀 사이 에도 파란 수국들이 가득했고, 멀리 보이는 해저드 너머에도 수국들이 가득했다. 나처럼 제사(골프)보다 젯밥(경치)에 관심이 있는 골퍼한테는 앞팀의 경기 지연도 견딜만하다. 경기가 지연될 때마다 원 없이 수국 구경을 하고 수국 사진을 찍었다. 남들은 공만 보인다는 골프장에서 혼자 수국 보느라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골프 포기하지 않고 배우길 참 잘했네 하며 나를 기특해했다.
해마다 초여름엔 사이프러스에 가야지라고 생각했었으나, 지금은 여러 이유로 골프가 시들해진 관계로 보류 중이다.
골프장 풍경들을 그려보려면 다시 골프를 하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