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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오늘 밤은 흑돼지 샤부샤부

2025 새해맞이 여행 - [3부] 가고시마 쇼츄 여행

by zzoos Jan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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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센간엔 폐장 직전에 관람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나왔습니다. 낮에는 별로 춥지 않아서 가볍게 입었는데, 해가 지면서 많이 쌀쌀해지고 있어요. 어젯밤에는 따뜻했었는데. 여튼 센간엔 앞에서 시티뷰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려고 구글맵으로 경로를 보니, 어라? 텐몬칸에 내리라고 나옵니다? 아하, 시티뷰 버스가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하는 노선은 아닌가 봐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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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님에게 시로야마 전망대까지 타고 갈 수 있는지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하긴 했습니다만, 아... 뭔가 귀찮아서 그냥 텐몬칸에서 하차했습니다. 왜냐면 텐몬칸에서 시로야마 호텔 셔틀버스를 타면 되니까요.


아, 그런데 말입니다... 셔틀버스를 타려면 한 20분 더 기다려야 되더군요. 해가 져서 엄청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는데 말이죠. ㅠㅜ 말 그대로 오돌오돌 떨면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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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가서 온천으로 몸을 좀 데우고 나서 다시 번화가로 내려왔습니다. 오늘은 흑돼지 샤부샤부를 먹을 거예요. 어제 와인바 사장님이 추천해 준 곳입니다. 샤부젠(しゃぶ禅). 메뉴판에 쇼츄도 많이 보이는데, 가격이!!! 엄청 저렴합니다. 사토우가 500엔, 만젠이 600엔. 그래서 주문을 했으나~ 지금 다 떨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추천해 달라고 해서 소다와리로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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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흑돼지 샤부샤부 1인분의 상차림입니다. 뭐 대단하지는 않지만 돼지고기의 때깔이 참 아름답습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마자 일단 아무것도 넣지 않고 고기 한 점을 살짝 익혀서 한 입 먹어봅니다. 크,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잡내? 그런 건 아예 없고요. 이래서 가고시마에 오면 이걸 매번 먹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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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다 넣어서 육수에 단맛을 더 올리고, 중간중간 야채도 먹어가면서 고기를 한 점씩 익혀 먹습니다. 살짝 익혀 먹으면 부드럽고, 오래 익혀 먹으면 쫄깃합니다. 오래 익히면 질겨지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질기지 않아요. 쫄깃한 정도가 됩니다. 혼자서 너무 감탄하면서 먹다가 결국 1인분을 더 주문했습니다. 제가 입이 아주 짧은 사람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어요. 지난 3월에 왔을 때는 몇 점 못 먹어서 좀 아쉬웠었거든요. 아예 전문점에 오니까 배가 터질 때까지 샤부샤부를 먹을 수 있군요.


아, 이 집은 타베호다이(일정 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요금제)와 노미호다이(일정 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요즘게)가 전부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와서 무제한으로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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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었으니 이제 쇼츄를 마셔볼까? 하고 새로운 바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중 분위기가 좀 특이해 보이던 바 스케(すけ). 아주 유쾌한 남성 두 분이 바에 계셨습니다. 어느 분이 마스터인지 모르겠더군요. 어쨌든 오토시의 퀄리티가 아주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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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둘러보니 분위기가 아주 깔끔하고 좋습니다. 바 테이블의 나무도 아주 고급으로 보이고요. 백바에는 술이 없고 유리 공예로 만든 잔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들어보니 이 가게에서는 에도 키리코(도코), 덴마 키리코(오사카), 사츠마 키리코(가고시마)의 잔을 골라서 마실 수 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키리코’란 일본의 전통 유리 공예를 말합니다. 가격이 엄청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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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자리 아저씨랑 말이 섞였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무슨 일을 했었냐? 는 얘기에 게임을 만드는 일을 했었다고 했더니, 자기 아들이 메이플스토리에 빠져 있다면서 갑자기 술을 사주겠다고 합니다.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슬쩍 하큐슈 하이볼을 주문했습니다. 잔을 하나 고르라길래 하큐슈의 병과 같은 녹색 잔을 골랐습니다. 물론 이곳이 가고시마니까 사츠마 키리코로 골랐죠.


좀 더 얘기하다가 명함을 받았는데, 이 아저씨의 직업은 클럽(아마도 캬바쿠라)의 사장님이었습니다. 이제 출근(?)해야 한다면서 먼저 일어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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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술은 처음 들어오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루마이자케(振る舞い酒)’라면서 내어주신 웰컴 드링크입니다. 니혼슈인데 잡 맛 없이 깔끔한 술이었습니다.


오른쪽의 술은 쇼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해서 추천받은 술입니다. 포토향이 난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정말로 희미하게 포도향이 납니다. 소다와리로 마시기에 좋았어요.


이때 즈음, 뭔가 쎄~ 한 기분이 듭니다. 이 가게의 분위기. 엄청 고급스러운데 술의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단 말이죠. 그렇다는 얘기는 제가 모르는 시스템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을 좀 해보니, 가게 홈페이지에 가게의 요금 시스템에 대해 적혀 있더군요. 기본 차지가 3,500엔입니다. ㅋㅋㅋ 오토시의 수준이나 바의 분위기를 보고 알아챘어야 했는데! 엄청 비싼 바였던 거죠. 그러니 웰컴 드링크도 푸짐하게 주시는 거고요.


쇼츄도 마시러 가야겠는데 시간도 너무 늦어져서 여기까지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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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찾은 BAR S.A.O. 오늘은 털보 사장님은 안 계시고, 와이프인 여성분 혼자 계시더군요. 일본인이 아니라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일본인처럼 일본어를 잘하시니 위화감이 좀 적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쇼츄바 로쿠의 마스터도 미국 여성분이거든요? 쇼츄에는 뭔가 묘한 매력이 있나 봅니다. 저도 이렇게 찾아다니면서 마시는 걸 보면요.


어쨌거나 오늘의 오토시는 사츠마 이모로 만든 치크 케이크입니다. 어제는 털보 아저씨가 지도리 조림을 주더니 오늘은 외국인 부인이 치즈 케이크를 주시는군요. 재밌는 가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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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작은 사토우 쿠로의 마에와리입니다. 쿠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흑누룩을 사용한 쇼츄죠. 너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감도는 참 좋은 술입니다. 맛있어요!


다음으로 추천받은 것은 텐구자쿠라의 쇼츄입니다. 추천받은 것은 왼쪽의 병인데 오른쪽의 병은 비교해 보라면서 조금 따라 주셨습니다. 이 두 병의 술은 같은 증류소에서 같은 사람이 같은 재료와 같은 누룩으로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헌데 왼쪽의 병에는 어떠한 우연으로 acetic acid가 작용했다고 해요(마스터는 열심히 설명해 주셨는데 제가 다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ㅠㅜ). 그래서 원래 의도했던 술은 오른쪽의 것이지만 우연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 왼쪽 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해당 증류소의 사장님은 왼쪽의 술을 더 좋아한다는 말도 덧붙여 주셨어요. 마셔보니 왜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왼쪽의 병이 훨씬 더 스파이시하고 씁쓸합니다. 아주 재밌는 맛이에요. 오른쪽의 병은 거기에 비하면 매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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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소다와리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펜타토닉이라는 쇼츄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 여성 마스터, 쇼츄 추천을 아주 잘해주시네요. 이것 또한 아주 맛있게 마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숙제, 만젠의 백누룩인 마나즈루와 황누룩인 만젠안을 마십니다. 역시 좋네요. 만젠의 시리즈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듭니다. 아마도 이곳, SAO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여기 털보 사장님이 만젠을 너무 좋아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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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마시고 해장을 위해 라멘을 한 그릇 먹으러 왔습니다. 여행 중 누군가에게 소개받은, 요즘 가고시마에서 제일 핫하다는 라멘 코킨타(小金太)입니다. 사진은 사람들이 없을 때 찍었지만,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줄을 서고 있더군요. 원래 돈코츠 베이스의 라멘인데 제가 메뉴판을 잘못 읽어서 ‘돼지뼈’를 넣은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말 그대로 돼지갈비? 등뼈? 가 아예 들어 있더군요. 깜짝 놀랐지만,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먹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오늘의 하루를 마무리했죠. 벌써 3박 4일 중 2박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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