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내에게만 화를 냈을까?
밖에서는 좋은 사람, 집에서는 나쁜 남편이었다
— 나는 왜 아내에게만 화를 냈을까?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침묵이,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었다.
나는 밖에서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집에서는, 나쁜 남편이었다.
훈련받은 관찰자를 결혼 가정에 보내 부부 사이의 대화를 기록하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행복한 부부는 자신들이 기억하는 긍정적인 대화의 수와,
실제 관찰된 수가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불행한 부부는 달랐다.
상대의 긍정적인 말 중 절반 이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로버트 웨이스는 이 현상을 부정적 감정의 압도라고 설명했다.
관계에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상대의 말과 행동이 왜곡되어 보인다.
칭찬도 비난처럼 들리고 배려도 간섭처럼 느껴진다.
결국 문제는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벨린다 루스콤은 이런 상황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 가지를 말한다.
“배우자의 행동을 나쁜 의도로 해석하지 말라.”
부부는 서로를 괴롭히기 위해 사는 관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평생 아내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달라졌다.
나는 말을 고르지 않았다.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불만이 올라오면 그대로 내뱉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는 가장 함부로 말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는 오랫동안 몰랐다. 식탁 위에서 특히 그랬다.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
“오늘은 좀 짜네.”“이건 왜 이렇게 했어?”나는 그게 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평가’였다.
그리고 그 평가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었다. 문제는 말의 내용이 아니었다.
말을 던지는 나의 표정, 말을 꺼내는 나의 태도, 그 모든 것이 이미 상대를 향한 공격이 되고 있었다.
나는 표현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참고 있었다.
나는 당연한 일상이라고 여겼지만, 아내에게는 견디는 시간이었다. 그날도 별다르지 않았다.
나는 평소처럼 말을 했고, 아내는 평소처럼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날 무렵,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나니까 참고 살지, 누가 같이 살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가 어떤 남편인지 알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에는 화가 없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분노가 아니라, 지쳐서 나온 말이었다. 참고, 또 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겨우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해서 그 한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도대체 어떤 남편이었을까.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문제는 아내가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그 사람을 바라본다. ‘저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판단이 내려지는 순간, 상대의 모든 말과 행동은 그 결론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칭찬도 비난처럼 들리고, 배려도 간섭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내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아내를 보고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부정적 감정의 압도’라고 한다.
관계에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현실은 왜곡되고, 사람은 점점 낯설어지며,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이미 굳어버린 나의 마음이었다. 나는 평생 아내에게 잔소리를 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익숙했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튀어나오는 말. 그래서 더 위험한 말.
나는 밖에서는 늘 조심했다. 말을 고르고, 상대의 기분을 살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가장 편한 관계라는 이유로, 나는 가장 무례한 사람이 되고 있었다.
아내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지만, 나는 아내를 가장 쉽게 대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나를 가장 아프게 했다. 부부 사이의 상처는 큰 사건에서 생기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말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쌓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관계는 무너진다. 소리 없이, 그러나 돌이킬 수 없게. 나는 여러 번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어느 순간 또 튀어나왔다. 습관이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성격을 고치려 하지 않기로. 대신 ‘순간’을 바꾸기로 했다. 이제 나는 말이 올라오는 순간 입을 다문다.
그리고 물 한 모금을 마신다. 그 짧은 시간이 나를 살린다.
나는 표정부터 바꾼다. 말보다 먼저 얼굴을 바꾼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의식적으로 말을 건넨다.
“고마워.” 어색하면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말의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주 작은 변화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작은 변화가 우리의 남은 시간을 바꾼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아내와 싸우며 늙어가고 싶지 않다. 함께 웃으며, 조용히 나이 들고 싶다.
아내는 바뀌지 않아도 된다. 내가 바뀌면 된다. 나는 이제 아내를 이기고 싶지 않다.
그저 오래 함께 있고 싶다. 아내를 왕비로 모실 것이다.
핸드폰 이름도 황후마마 보물1호로 바꾸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남편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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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결혼학개론, 벨린다 루스콤, 한빛비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청미래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문예출판사
부부 대화의 기술, 김용태, 규장
관계의 온도, 정혜신, 해냄
감정의 발견, Marc Brackett, 북라이프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김영사
오리건 대학교 심리학 연구
Robert Weiss, marital interaction research (부정적 감정 편향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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