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컨템퍼러리 무용 센터인 탄츠파브릭은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즉 서베를린에 속하는 베를린 남중앙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는 네 개의 무용 연습실이 있으며, 주중에는 무용 수업이,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이 열립니다. 수업은 3~4개월 단위로 진행되며, 그 뒤로는 워크숍 주간이 이어지고 다시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는 형식입니다. 매주 무용 입문 프로그램(Vorausbildung) 참가자만을 위한 네 개의 수업이 특별히 구성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일반 수업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여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습니다. 수업 종류는 요가, 다이내믹 요가, 필라테스, 발레, 모던 댄스, 컨템퍼러리 댄스, 접촉 즉흥, 아프리칸 댄스, 스트리트 댄스, 재즈, 라반, 라틴 퓨전, 즉흥과 안무, 신체-마음 중심 무용(Body-Mind Centering)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수업을 맡은 강사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철학과 열정을 지닌 전문가들입니다.
한국에서 무용 교육을 받기 위해 성인 취미 발레, 재즈댄스 학원, 문화센터 등을 다녔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용 교육 기관으로서 서울과 베를린은 수업 구성과 분위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탄츠파브릭의 수업은 장르가 매우 다양하고, 참가자 구성도 매우 다채롭습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남학생부터, 쫄바지를 입은 중년 남성,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서울의 무용 수업에서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입니다. 참가자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느낌에 충실히 춤을 춥니다. 객관적인 기준에서 춤을 잘 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그 자유롭고 열정적인 모습은 때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합니다. 한 번은 아프리칸 댄스 수업에서 실제 타악기 연주자들의 생음악에 맞춰 중년 여성들이 몰입하여 춤을 추는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수업 내용보다 그분들의 에너지에 완전히 압도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4월 말에 참여한 접촉 즉흥(Contact Improvisation) 워크숍에서는 백발의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그와 몸을 맞대며 춤을 추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이나 성별을 초월한 몸과 마음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처럼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되짚어보면, 제 경험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한국에도 무용을 배우고 즐기는 문화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연령대별로 구분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살사를 즐기는 직장인 동호회, 문화센터에서 스포츠 댄스를 배우는 중장년층 등, 물론 10대가 즐기는 스포츠 댄스나 살사 수업도 있습니다. 장르별로 연령대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임이나 공간은 주로 또래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10대가 즐기는 곳에 30대는 가지 않고, 50대가 즐기는 곳에서는 10대를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분리되어 있을까요?
탄츠파브릭의 수업은 주로 저녁 시간에 진행되며, 수업이 없는 낮 시간이나 공연이 없는 주말에는 많은 무용수들이 개인 작품 연습을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이곳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반 연습실에 비해 대여료가 저렴하다고 합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탄츠파브릭은 시간이 쌓인 만큼 춤에 대한 진정성과 깊이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무용은 단지 테크닉으로만 추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은 2008년에 작성된 것으로, 현재의 상황과는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