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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나 Jan 20. 2024

어두워진 저녁, 엄마의 걱정과 아이의 깨달음

아이를 키우면서 안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항상 도사린다


오후 5시! 

퇴근하고 돌아오니 아이가 집에 없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짙은 어둠이 일찍 시작될 기세다. 아이가 어딨는지 궁금했고, 어두워지니 일찍 집에 들어오길 바랬다.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엄마, 나 친구가 동영상 편집하는거 봐달래서 잠깐 밖이야.”

“그렇구나~~ 어두워지고 있어요. 거긴 안전해? 어디에 있는데?”

“응, 안전해요. 20분 정도면 마무리 될거 같으니, 서둘러 들어갈께요.”

“그래, 걱정되서 전화했어. 엄마는 네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길 바래.”     


아이의 안전을 확인 한 후, 몇 시에 어떻게 귀가할지 얘기를 한 후,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러 가서 친구를 바래다 주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관심은 아이가 안전하게 돌아오는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표현을 했다.      


“엄마, 000가 그러는데, 나는 참 좋겠대.”

“왜?”

“자기 엄마는 귀가 시간약속만 지키면 전화를 안한대. 그리고 늦으면 꾸짖는대.엄마는 내 안전을 걱정해주고, 다정하게 얘기해주잖아”

“000엄마도,꾸짖은건 걱정이 돼서 그런거야. 걱정이 되는데, 안들어오니까 화를 낸거 아닐까?”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좋아. 내 친구들은 안 그런데. 사춘기가 되니까 사랑한다고 표현도 안해주고, 놀아달라고 하면 혼자 노는거라고 얘기하고, 늦게 들어오면 혼나고 꾸짖음 당한대. 친구들이 자주 얘기해, 너네 엄마는 다정해서 좋겠다고.”     


아이가 알아주니 고마웠다. 이런 모습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반복적으로 나도 겪었던 일이다. 

식탁위에 물컵을 떨어뜨렸다.

 와장창 깨졌는데, 내 귀에 들어온 말은, 

"조심 좀 하지!!"

 그때 주눅 들었던 아이가 나였다. 그 뒷말이 “이게 얼마짜린데..“였다. 

'엄마는, 이런 유리파편에 내가 걱정이 되지 않나봐.' 하는 생각이 들었고, 

'컵보다 내가 소중하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엄마에게 금전적인 손실을 끼쳤다는 것에 정신차리고 같이 속상해 하며 파편을 치운 기억이 난다. 


 '내가 조심할걸. 비싼 컵인데..' 순간적으로 경험했다. 컵이 나보다 비싸다는걸..


설마 엄마가 컵이 나보다 비싸다고 생각하셨겠냐만,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엄마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랐을 거다. 외할머니한테 물려받은 유산이 없었으니까.


성인이 되어서는 이해가 되었지만, 이것을 이해하고 납득하기 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치유과정도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아이에게 되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아이에게 얘기 해줄까, 표현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괜찮아? 안 다쳤어? 나는 네가 소중해. 조심하지 그랬어. 네가 다치면 엄마는 속상하단다.”

 “죄송해요. 이거 비싼 컵인데..” 하며 주섬주섬 파편의 조각들을 치운다. 

“아니야, 위험하니까 엄마가 치울게. 조금 물러나 있어 줄래? 그리고 컵보다 네가 더 비싸. 그러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하자~컵은 다시 사면 되지만, 너는 아니잖아.”     

 

아이는 내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도 전달받고서,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안전"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실수를 줄인다. 


어두워졌는데, 아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되는 마음을 전하면, 

아이도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 속에서 화가 나는 건 소중한 사람이 다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전하면 선순환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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