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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점 Nov 28. 2020

금손들은 과연 손만 금일까


인터넷 등에서 손재주가 좋은 사람을 흔히들 금손이라고 한다. 


어떠한 것을 만들거나 창작할 때 중요한 요소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기능과 감각.


내가 생각하기에 금손은 기능에만 치중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멋진 것을 하는 창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기능과 더불어 감각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능과 감각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기능이란 단순히 말해서 손재주이다.

예를 들면 손재주가 좋으면 그림 그릴 때 선을 이쁘게 긋고, 정확하고 섬세한 작업을 남들보다 잘한다.  

보통 많이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익숙해져서 꾸준히 느는 것이 기능이다. 


감각이란 머릿속에서 훈련되는 것으로 안목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금뇌, 금눈??)

형태력에 대한 감각, 비율에 대한 감각, 색채에 대한 감각, 트렌드를 캐치하는 감각, 창의력, 센스 등 다양한 감각의 영역이 있다. 물론 많이 해보면 감각도 늘지만 본인이 의식하면서 꾸준히 훈련시키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정체되어 있는 것이 감각이고 습득 속도도 기능에 비해 개인 차이가 정말 많이 난다.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둘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곤란하다.

미용사가 머리 자르는 기술은 엄청 좋은데 유행에 뒤처지거나 요망한 모양으로 머리를 잘라 놓는다던지(특히 남자 컷) 인테리어 회사가 시공은 정말 깔끔하게 했는데 완성되고 나서 인테리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조화롭지가 않다면 기능에 비해 감각이 없는 경우다.

반대로 기능이 안 되는 경우는 좀 더 심각한데 아예 취업이 안되거나 프리랜서일 경우 일거리를 못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기능이 모자라는 경우 본인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최소한 남들만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기능은 예술가로서 먹고살기 위한 예선을 통과하기 위한 능력이고, 본선 진출 후 진짜 실력자들끼리 겨루는 경쟁에선 감각의 차이가 중요하다. 즉,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감각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써 감각이 중요성을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나는 한국 대학에서 기계과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자동차 디자인 유학을 갔다. 미술에 대한 기초가 없으니

남들보다 많이 뒤처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미술을 배웠던 친구들의 날렵하고 깔끔한 선과 나의 털선은 한눈에 봐도 비교가 되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A3 종이에 선 연습을 했지만 좀처럼 나의 스케치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선 연습은 포기하고 대신 그 시간에 자동차를 좀 더 많이 그리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자세를 연구하고 스케치 퍼스펙티브에 더 신경을 쓰니 신기하게 선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 해온 선 연습도 도움이 되었겠으나 형태를 보는 눈을 길러 어디에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알고 있으니 선에 더 자신감이 생겼고 이는 더 좋은 선으로 표현되었다. 그전에 선이 안 좋았던 까닭은 나의 손이 똥 손이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자동차에 대한 형태적 감각이 없어서가 더 큰 이유였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 존 싱어 서전트의 붓 터치는 군더더기가 없다. 과감하다. 깨작깨작 조심스럽게 그리지 않는다. 왜냐면 그의 눈은, 머리는 캔버스에 어떤 색이 얼마큼 칠해져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러프 하지만 멀리서 보면 사진보다 더 사진 같다.    


John Singer Sargent 의 작품들, 가까이서 보면 붓터치가 살아있다



특히 현대 미술이 등장하고 미술계에서 대세가 되면서부터는 기능을 위한 감각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감각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 미술에선 작가가 직접 그렸냐 같은 작품 자체의 오리지널리티보다는 작가의 아이덴티티, 개성, 아이디어를 더욱 중요하게 본다. 조영남의 대작 논란도 결국 무죄로 마무리되었는데 이도 같은 맥락이다. 나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술 작가는 당연히 작품을 직접 그려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보는 것 같다. 

Dot시리즈, 다이아몬드 박힌 해골로 유명한 해외 유명 현대미술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urst)는 자기만의 작품 크루를 가지고 있는데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부터 심지어 아이디어를 대신 생각해주는 사람도 크루에 포함되어 있다.(이런 게 진짜 포스트 모더니즘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된다. 작가 자체가 '브랜드'가 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타짜의 세계에선 눈보다 빠른 손이 중요하다지만 예술하는 사람들에게는 날카로운 눈과 감각이 손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점점 사라지고 있는 크래프트맨쉽, 우직하게 한길만 파는 기능 장인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는 동시에 자극적이고 빠른 이미지의 소비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조영남과 대작 논란이 된 그의 화투 그림


데미안 허스트(좌)와 그의 '삶과 죽음' 시리즈
For the love of God(좌), Dot 시리즈




평면 미술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현대 미술, 더이상 작가 한 사람이 모두 만들 수도 없고 이제 그러지도 않는다. 누가 그리고 만들었으냐 보단 작가의 감각, 아이디어를 사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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