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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성 Dec 18. 2020

잘 먹고, 잘 자기

서른을 넘긴 후 인생의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온다. ‘늙는다 ‘는 자연의 섭리를 나만 피해 갈 수는 없겠지. 그래서 건강 보조 식품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나서기도 하면서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인생의 성공 여부가 건강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렇다면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를 생각해보다가 나의 무엇이 지금 나의 건강에 기여한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건강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잘 먹고, 잘 버리고, 잘 자는 것이다. 세 가지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면 건강한 사람이다. 생명 활동에서 위의 세 가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저절로 되는 거라 생각하는 건 20대까지다. 별것 아닌 거지만 의외로 이 세 가지 기본이 모두 잘 되고 있는 사람을 몇 만나보지 못했다.


세 가지 중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나의 건강을 지켜주었던 숨은 공신이었다. ‘잘 먹는다 ‘라고 하면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배합한 양질의 음식을 먹는다’로 짐작하실 테지만, 아니다. 나에게 있어 잘 먹는다는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다’이다. 잘 씹어서 여유 있게 먹은 덕에 습관적인 소화 불량이나 급체의 경험이 없고 속 쓰림 같은 고질적인 증상들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았으니 말 그대로 ‘ 속 편하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잘 잔다’ 역시 짐작하시는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 ‘잘 잔다’라는 건 수면 장애 없이 쉬이 잠들고 깊은 양질의 숙면을 취하는 것을 생각하시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니다. 쉽게 잠들고 숙면을 취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 중요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나의 ‘잘 잔다’는 잠들기 전 웃는 습관을 말하는데 일부러 의식적으로 웃는 것이 아니라 잠이 들기 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항상 웃음을 머금게 다. 최근에 알아차린 사실이지만 잠을 청할 때 가장 행복한 이미지를 생각하며 잠이 드는 습관이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해오던 거라 그냥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의 정신 건강에 아주 좋은 영향을 주었겠구나 싶다. 특별한 이미지가 아니라 세 살배기 조카의 천진난만한 행동이라던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었던 유머라던가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들어주신 잡채 같은 사소한 행복이 묻어있는 이미지들을 떠올리는 거다. 그럼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고 그렇게 스르륵 잠이 들게 된다. 수십 년 동안 그래 왔다.


우리의 생각을 무엇으로 채우는가는 행복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불안으로 혹은 걱정으로 채워버렸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건강한 사고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생각이라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질이 있으니 불안은 불안을, 걱정은 걱정을 파생시킬 따름이다. 그런데 불안과 걱정 대신 행복한 순간을 되뇌며 잠들었으니 좋은 생각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습관의 힘은 시간의 힘을 등에 업고 있어서 우리 인생에서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흘러 그 결과가 나타나는지라 인과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우니 그 힘을 간과하게 된다. 지금의 우리는 자신의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모여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의 작은 습관 하나가 앞으로의 건강한 삶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밥 꼭꼭 씹어 먹기, 잠들기 전 즐거운 생각하기처럼 쉬운 습관들을 많이 이야기하고 나누어서 함께 건강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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