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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성 Nov 24. 2020

하루의 첫 단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 간단한 요기를 하고 커피 한 잔의 시간을 갖는다. 어떤 커피를 어떤 잔에 담아 마실까를 생각하는 것부터 설레임이다. 하루에 몇 번씩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때마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감당하곤 하는데 아침을 시작하면서 커피와 찻잔을 고르는 이 순간만큼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충분히 만끽하고 있다.


그날의 날씨와 일과들 그리고 취향이 모두 관여 된 찻잔에 커피 한 잔 가득 담아 찻잔과 딱 어울리는 받침대를 골라 올려놓고 커피 타임을 즐긴다. 눈도 즐겁고 코도 즐겁고 말할 것도 없이 입도 즐겁다.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그림 같은 맑은 가을날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저 하늘 구경 구름 구경 하면서 아무 생각 없는 채로 그 시간을 보낸다. 곧 시작될 바쁜 하루의 일과에 대한 머리 아픈 생각들은 잠시 옆에 치워 둔다. 어차피 해야 할 일, 미리 생각한다고 더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니더라. 


기껏해야 30분쯤 될까 한 이 시간은 물리적인 기준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 그 시간을 함께 해주는 커피도 마찬가지다. 그냥 모닝커피 한 잔이 아니다. 


커피와 날씨와 시간을 충분히 만끽했다면 하루살이에 필요한 만큼의 여백은 마련이 된 셈이다. 일과가 시작되고 나면 좀처럼 여유의 시간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시작 전에 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철저히 나를 위한 텅 빈 시간을. 


아침의 평화가 깃든 이 꽉 찬 행복의 아침 커피 타임을 매일 아침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늦잠을 자버리거나 일찍부터 약속이 있거나 시급하게 해야 하는 일들에 우선순위를 내어주고 밀려날 때가 많다. 그런 날은 정신이 좀 산만하다. 뭔가 이런저런 일들에 쫓기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고 하루가 통째로 어수선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놓쳐버린 아침의 황금 시간에 대한 미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아침의 커피 타임을 꼭 챙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여건이 잘 맞아서 그런 시간이  주어졌을 때 충분히 누리려고 하는 편이다. 그 순간이, 참 별것 아닌 커피 한잔 진하게 마시는 그 시간이 내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알아채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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