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기 기술

by 정윤희

학생시절을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때때로 사람 사귀는 법을 모른다라고 말하곤 한다. 대체로 나를 호기심 있게 생각한 사람들이 곁으로 들어와 준 거지 애써서 친해지기 기술 같은 걸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아니, 나름대로 있었을지 모르나 딱히 성공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애씀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에 스스로가 어색했고 곧 상대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기 일 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 누군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냐고 묻는 다면 ‘기술이 없어요.’라고 하는 답이 사실이다. 이런 내게 이 세상은 내향인과 외향인이 적적히 잘 섞여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외향인은 그들의 능력으로 나 같은 무능한 내향인의 인생을 풍부히 채워주고 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심심하면 던지는 인사가 ‘어떻게 지냈어? (How are you?)’이다. 한 집에 살고 있어도 ‘잘 지냈어? 어떻게 지냈어?’를 묻는 서양인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동양인 중에서도 내향적인 동양인이 머물게 되었다. 그들이 하는 이 인사는 분명 가볍고도 다정한 느낌인데 나에게는 왜 그리 무게감이 실려 닿는지 알 수 없다. 당연하듯 좋았다고 답하고 너는? 하고 되물으면 되는 이 상투적인 다이엘로그가 왜 그리 민망한지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인사라 느껴졌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서양인과 말을 제대로 섞어 본 적 없던 한국 토박이 시절 이 증상(?)에 대한 전조가 있었던 듯하다.



한국 토박이 시절, 한 다정한 선생님께 일주일에 한 번 1:1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매주 다정히 ‘잘 지냈어?’라고 물어주셨고, 늘 어색하게 ‘네’라고 대답을 했다. 그 반복적인 일이 매주 일어나고 있던 어느 날 선생님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말씀하셨다.


"잘 지냈어?라는 말에 다른 친구들보다 유난히 어색해해. 유난히! “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하신 거 같았지만 그냥 아무 말 없이 빙긋 웃고 말았다. 그 미소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정말로 스스로가 그 이유에 대해 콕 집어 알지 못해서였고 둘째는 나만 유난히 그런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인사가 남들은 어색하지가 않아?’ 그 순간 선생님이 가지신 호기심의 크기와 내가 가진 충격(?)의 크기가 비례하는 듯했다. 물론 나도 ‘잘 지냈어?’라는 인사를 건 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나에게 ‘잘 지냈어?’란 오랜만에 만나 한 동안 소식을 몰랐던 사람에게 근황을 궁금해하며 반가움을 표할 때 사용 되는 인사였다. 그러니까 매주 만나는데 따뜻이 근황을 묻는 그 인사가 내겐 너무 과한 다정함처럼 느껴졌던 거다. 무뚝뚝한 내 삶이 다정하지 못한 거였는데 내 삶을 일반화시킨 탓이었을지 모른다.



동양인에 비해 비교적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서양에서 그들을 경험하다 보니 ‘잘 지냈어?’가 하나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인사구나 싶은 생각이 든 거다. 며칠만 안 봐도 건네는 인사가 근황을 묻는 인사인 그들은 잘 지냈다는 대답에서 대화를 그치는 게 아니라 있었던 사소한 일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가는 일, 그게 친한 사이 던 몇 번 안 만난 사이 던 다정히 할 수 있는 대화라는 거에서 차이를 느낀다. 이 지점에서 나에게만 유독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인사’인 ‘잘 지냈어’의 감정 미스터리가 풀리는 듯하다. 어쩌면 내향인은 자기표현 즉,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지 않을까? (단지 추측) 숨기는 건 아니지만 굳이 어제 혹은 최근에 어디 갔다 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등등 자신의 사소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사람인 건 아닐까? 서양인들을 지켜보다 보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도 잘하고 사소한 일상 이야기, 그에 대한 감정표현도 잘한다. 꼭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 또 상대의 이야기에 호기심도 잘 가지고 그 이야기에 비롯된 공감이나 자신의 경험도 곁들여 대화를 잘 이어간다. 굳이 오버스럽게 액션 하지 않더라도 그랬다.


내향인은 에너지를 안으로 담는 유형이라 그랬다. 그래서 혹 정말이지 추측만큼이나 에너지를 밖으로 끌어내어 상대에게 닿게 하는 일이 쉽지 않은 탓에 자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낼 수 없는 거라면, 그런데 외향인이 부럽다면, 그들의 페르소나를 하나쯤 장착하고 싶다면, 어쩌면 이 질문이 통할 지도 모른다. ‘잘 지냈어?’라고 물어보는 일, ‘뭐 하고 지냈어?’ ‘이번 주말엔 뭐 했어?’라고 변형해서 물어보는 일, 이렇게 상대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은 내향인이 평생 가지고 있을지 모를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결시켜 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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