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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Jul 04. 2021

자기를 확실히 이해한 사람의 말에는 힘과 균형이 있다

스타트업은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을까? #1 자기이해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 유명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어떤 주제든 완벽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이를테면, 유명 맛집들은 장사철학부터 신선한 재료, 위생, 서비스 등등이 모두 완벽한 반면, 백종원 대표에게 혼쭐이 나는 골목식당들은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인데 그 문제가 제각각이다. 이들에 대한 백종원 대표의 솔루션은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매번 똑같다.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라, 위생에 신경써라, 현실적인 가격을 제안해라, 서비스에 충실해라, 그리고 음식을 파는 사람이라면 필히 갖춰야할 태도와 철학을 갖춰라. 행복한 가정들과 장사가 잘 되는 식당들은 서로 닮아있다.


스타트업 채용 시장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안달인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경험한 산업 분야나 비즈니스, 직무나 연차가 달라도 잘 팔리는(?) 후보자들은 열이면 열, 비슷하다. 위커넥트는 이런 후보자들을 '탑캔디(Top Candidates 줄임말)' 라고 부르는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다르길래, 아니 다들 뭐가 그렇게 닮아있길래 좋은 평가를 받는지에 대해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스타트업은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을까?


지난 6월, 위커넥트는 2021 여름 리턴십에 참여할 경력보유여성을 모집했다. 8주간 위커넥트의 채용, 플랫폼, 마케팅, 컨텐츠 팀과 함께 스타트업•소셜벤처의 채용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경력보유여성의 커리어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하게 되는 역할인데 매력적인 후보자들이 다수 지원했다. 분야에 관계없이 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추면 지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 채용이었기에 지원자들의 이력서,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 아래 3가지 기준으로 인터뷰 대상을 선정했다.


1) 일에 대한 태도, 삶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자기만의 확실한 스토리가 있는가
2) 향후 더 성장하고 싶은 직무, 비즈니스, 산업 등 커리어 방향성이 분명한가
3) 8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상태와 환경인가


여기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자기만의 확실한 스토리 즉, '자기 이해'였다.


우리는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자주 볼 수 밖에 없는데, 자기소개서만 슥- 봐도 이 후보자가 서류 전형을 통과할지 못할지가 대충 눈에 보인다. 특히 "나는 이 일을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잘할 수 있으니까!" 라는 식으로 의미없는 주장만 담긴 지원동기를 볼 때마다 (솔직한 말로) 속이 터지는데, 그런 후보자들은 대개 전화 인터뷰를 해보면 자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자기 이해라 하면 보통, 자기가 잘하는 것(강점), 좋아하는 것(관심사), 해야하는 것(더 성장시켜야 하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를 말하는데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경험들을 통해 얻게 된 능력 각각을 정의하고, 서로를 연결한 다음, 그 능력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후/인과관계를 뚜렷하게 인지한 상태여야만,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어'와 같은 막연한 바램이 아니라 뿌옇더라도 앞으로 더 성장하고 싶은 커리어 목표(Goal)로 가는 여정(Path)를 스스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커넥트에서 지원자 서류를 검토한 경험이 있는 채용사 중 약 100곳이 선택한 '후보자 평가  이력서에서 주요하게 확인하는 사항'을 분석*해본 결과, 1) 경력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로 2) 가치관과 3) 지원동기가 꼽혔다. 각 요소를 통해 스타트업 대표나 채용 담당자가 알고 싶은 것은 아마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경력: 우리가 채용하는 직무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2) 가치관: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와 후보자가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이 잘 맞을까?
3) 지원동기: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뭘까? 합류한다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적은 자원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면 안되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맞닿아 있는지 확인하고 채용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후보자가 먼저 위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자기 이해에서 나온다.


* [위커넥트] 데이터 인사이트 - 서류 합격한 이력서는 무엇이 달랐을까요? 링크



자기 이해는 어디에서 나올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방법은 하나다. 시도하고 > 실패한 다음 > 그 이유를 복기하고 > 목표를 새로 설정해 > 다시 시도하는 것.


누구나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도 성공시킬 수도 없다. 다만 시도해보고 실패해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최소한 데이터는 얻게 되고 그 데이터들이 모이면 나를 이해하는 기초 자산이 된다. 앞서 말한 "나는 이 일을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잘할 수 있으니까!"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행여 실패한 경험만 있더라도


"나는 예전에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고 이렇게 해결해서 이러한 결과를 얻은 적이 있다. 이 일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프로세스로 일할 것이다. 내가 해온 것의 총합은 이런 모양이고, 이 프로세스 상에서 이것과 저것은 잘하고 이 부분은 아쉽지만 유사한 경험상 이렇게 시도/해결/성장시켜본 적이 있으니 아마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겐 이런 트랙레코드가 있으니까."


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를 확실히 이해한 사람의 말에는 균형이 있다. 그 균형이 힘을 만든다.


"실패한 경험이 적다는 건 다시 말하면 도전하지 않았거나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만 도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잘될 확률보다는 잘 안 될 확률이 더 높다. 남들은 잘하는 일을 내가 하면 잘 안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단단해지는 내공이다. 이 내공은 실패의 원인을 아는 지식이기도 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기술이기도 하고, 다음 도전을 위한 맷집과 배짱이기도 하다."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살에게> 김은주, 메이븐




올해 하반기 또는 앞으로 이직을 목표로 한 분이라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마지막 Tip은 코로나 이후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무척 커졌다. '신입 공채도 아니고 경력직에게 자기소개서라니?' 싶을지 모르지만 실제 잘 나가는 IT 기업, 스타트업일 수록 자기소개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답은 역시 ‘효율성’에 있습니다. 기업의 생애주기 감소,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 강화는 일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평생 직장이 사라져 전례 없는 이직 유동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직장인의 81%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평생직장이 아니라 생각하고, 직장인의 40%는 커리어 첫 1년 이내에 첫 이직을 합니다. 이직이 쉬워지고 또 잦아짐에 따라 회사로서는 인재 확보와 유지가 큰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비효율성을 통한 효율성의 추구랄까요? AI 검증(역량검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아날로그적이며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자기소개서가 역설적으로 전성기를 맞은 것입니다."

<효율성의 시대, 바른 이직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 정구철 잡플래닛 헤드헌터, 링크


꼭 기억하자.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에는 자신과 회사의 성장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핵심역량에는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써야 한다. 물론, 자기 이해를 기반으로.


모든 가능성은 나를 아는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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