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많이 아프다. 첫째 때 입원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고 살았는데 색다른 세계에 입문했다.
체온이 40도를 넘어간데다 3일내내 열이 안 떨어져 병원을 찾았는데 수액을 맞아도 열이 안떨어졌다. 결국 입원치료를 하기로 하고 병실에서 두 밤을 보냈다.
생각보다 더 힘들고 피곤하고 아기는 나에게 딱 붙어있고 그런 상황이다. 아기띠로 안고 아기를 재우며 병원 주변을 걷다가 아기 잠들면 로비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먹는게 일상. 하루에 두세 번 커피 수혈로 버티고 있다.
병원은 산부인과랑 소아과랑 함께 있다. 내가 아기를 낳았던 곳도 여기였지... 로비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보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퍼뜩 고개를 저었다.
아우~ 안돼 안돼. 절대 안돼...
병원인지라 아픈 아이들이 많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겨우 한달이나 되었을까. 첫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신생아들. 조심스러운 부모의 손길. 이제 막 부모가 된, 산후조리를 시작한 아기 엄마들. 병원 한켠에서 아기를 우리엄마 먼저 보여주네 니네 엄마는 나중이네 싸우는 젊은부부도 있었지만 허허허. 사랑싸움인거 다 안다오. 바람이 차니 산모는 얼른 들어가시길.
그런데 왜 때문에 나는 저들이 그리도 아름답단 말이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이 둘이나 있고, 말 안듣는 아들같은 남편도 있는데. 둘째는 아직 태어난지 1년도 안되었는데.
지금 힘들어서 기절하기 직전인데. 아기의 몸과 내 몸이 맞닿은 곳은 하도 안고 다녀서 땀띠 범벅인데. 퇴원을 부탁했지만 적어도 이틀은 더 있어야 해서 절망중인데. 4인실 우리만 쓰다 아기 환자가 들어왔는데 그 아이는 안울고 순하고 잠도 잘자서 괜히 진 느낌 드는데.
왜 때문에 저번 달, 아기 낳고 다시 여자가 된 날을 계산하고 있는가. 오호~이쯤이면 이놈과 연년생이 될 수도 있겠는데? 아직 마흔도 아니니 뭐. 이왕이면 막내는 딸이 좋겠지? 셋째부터는 국가에서 얼마 준다고 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