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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Oct 23. 2024

우연을 거듭한 결정

대안학교로의 전환



우연을 거듭한 결정: 대안학교로의 전환


"영어도 못하는 게 말이 돼?"


그 말이 결정타였다.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영어 교사인 내가, 아이에게 이 정도도 못해주다니. 그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울렸다. 그때, 이대로는 안 된다는 확신이 밀려왔다.


코로나로 아이는 원격수업을 받으며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학원을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는 초등학교 3학년. 영어를 처음 배워야 할 시기였지만,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모둠끼리 빙고게임을 할 때, 아이는 하나도 읽을 수 없었다. 검은 글자는 그저 글자일 뿐이었고, 하얀 종이는 그저 종이일 뿐이었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우리 아이의 현실이었다.


사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는 학습지를 시켜달라고, 학원에 보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나는 공교육을 지키고 싶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파괴한다고 생각했고,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천천히 배워가길 바랐다.




하지만 그 날, 나는 직감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어떤 지원을 해줄까?”



아이는 영어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요구는 단순한 학원 문제가 아니라, 나의 고집과 결정이 아이에게 얼마나 부담을 주었는지를 알리는 신호였다.



나는 주저 없이 주변 엄마들에게 학원을 추천받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또 한 번 놀랐다.


“어머니, 예약이 다 차서 장담할 수가 없어요.”



상담도 등록도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구나,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어렵게 진단을 받고 2학년 반이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이 역시 학원을 다니게 된다는 기대에 설레어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면서, 아이가 따라잡기엔 너무 버거운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토요일 오후, 가방을 맨 채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주말도 없는 삶을 상상했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우리가 필요로 한 것은 좋은 학원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작은 학교가 있는 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도 매일 갈 수 있는 학교, 사교육이 과도하지 않은 곳을 원했다. 그렇게 우연처럼 작은 마을로 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더 큰 우연으로, 그 마을에는 작은 대안학교가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바로 그 주 토요일이 학교 설명회 날이었다. 그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며, 결국 나는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우연처럼 보였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그 우연들은 아이와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찾게 한 필연적인 과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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