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phael Apr 20. 2023

너 누가 뽑았어?


최근 팀원 중의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소속된 조직은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layoff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직을 목적으로 자발적인 퇴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추해 보건대 아마 지난 분기에 추진하던 프로모션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이 다른 기회를 고민해 보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분기 프로모션의 대상은 퇴사를 진행 중인 팀원(A)과 이 팀원보다 조금 늦게 팀에 합류한 다른 팀원(B)이었다. 다만, A의 경우 최초 Hiring Manager가 현재 매니저가 아니었고, B의 경우 현 매니저가 직접 채용한 직원이었다.  다양한 경우의 수 즉, A와 B 둘 다 동시에 프로모션이 진행되거나, A와 B 둘 다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A의 감정은 덜 상했을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의 감정은 늘 소속된 조직에서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A와 B 둘의 프로모션에 대해 오랜 기간 조언/가이드를 해주었기 때문에 둘의 감정 상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크게 A의 사기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래도 매니저가 A에게 직접적으로 B가 이번에는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일 것이다. 주변 동료들의 과도한 불필요한 관심들도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 예컨대, 이를테면 왜 B가 A보다 먼저 프로모션이 되는지, 기분이 어떠한지 등 – 본인 스스로도 앞으로 현재 팀에서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고 의구심이 들었을 수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팀이 구성되고 팀원으로 소속된 이후에 팀원과 매니저와의 관계에 있어서 누가 채용했는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존 Leadership Principle 중에 하나인 Hire and Develop the Best는 늘 직원들을 최고로 육성하여 언제 어느 팀에서 전입/교체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유지하게 한다는 가치이다. 하지만, 인사관리도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조금의 감정이 배제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본인과 잘 맞는 직원은 더 곁에 두고 싶어 하고, 조금 불편한 직원은 자연스럽게 타 팀으로의 이동을 권유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이미 재직 중인 직원이 팀을 옮기는 경우에는 미리 사전에 지인들과 접촉하여 대상 직원에 대한 평판 조회를 하기도 한다. 일을 잘하는지, 성격은 어떠한 지, 팀원들과의 관계는 어떠한 지에 대한 질문들이 오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서 가장 큰 네트워킹의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학력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신입사원 채용이 대부분 공채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매니저/팀장들의 경우 해당 직원을 본인이 직접 선별하여 채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직원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경우에 인사부서에 TO를 요청해서 직원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받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 신입사원을 배정받을 때는 복권의 심정으로 괜찮은 직원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신입 사원 배정이 확정된 이후 가장 먼저 확인하는 작업은 직원의 출신 학교였고, 명문 대학이 아닌 경우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처럼 매니저와의 관계가 프로모션을 비롯한 회사 생활 내에서의 분위기와 동기 부여, 사기 진작 등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것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본인과 Fit이 잘 맞는 행운이 찾아오면 마음껏 누리는 것도 좋다. 물론 이러한 관계는 비단 팀원 입장에서의 팀장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인 팀장으로서 팀원과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아주 조금 더 많은 권한이 있을 뿐.

작가의 이전글 바퀴벌레는 입실은 하지만, 퇴실은 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