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아, 그게 고양이의 매력...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한 마리는 태어나고 삼 개월 즈음이 되어 우리에게로 왔고, 다른 한 마리는 이 개월 즈음이 되어 우리에게 왔다. 그야말로 우리에게로 온 것이다. 나와 아내는 고양이와 함께 동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우리에게 왔다. 그리고 십사 년이 흘렀다. 여전히 고양이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한다. 고양이들의 삶은 고양이들이 결정한다.
“고양이에게는 정령이나 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찾아보지 마요. 그만둬요. 고양이는 바다처럼 영구히 움직이는 기계의 화신이죠. 바다는 예쁘다고 쓰다듬지 않잖아요. 그런데 고양이는 쓰다듬죠. 왜? 이유라고는 고양이가 그렇게 하라고 놔둔다는 것뿐이죠...” (p.20)
《고양이에 대하여》는 찰스 부코스키를 좋아하고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나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책이다. 아쉬운 것은 찰스 부코스키가 직접 작성한 문장들이기는 하되, 그의 사후 편집자에 의해 엮였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리니까 책은 찰스 부코스키의 여러 글들 중에서 고양이가 거론되고 있는 것들을 모아 한 권으로 묶은 것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부코스키가 운영하는, 그러나 주인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고양이 까페에서 여러 고양이들을 슬쩍슬쩍 들여다본 정도라고나 할까...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나? 아니면 여러 마리? 그들은 잘도 잔다. 하루에 스무 시간씩 잘 수 있고 모습은 정말 아름답지. 그들은 안다. 세상에 딱히 호들갑 떨 일이 없다는 걸. 그다음에 먹을 것. 그리고 이따금씩 죽이고 놀 작은 것들. 세계의 힘에 찢기고 있을 때면, 나는 내 고양이 중 하나, 아니 여러 마리를 봐. 모두 아홉 마리거든. 그중 한 마리가 자거나 졸거나 하는 모습을 보기만 할 뿐인데도 긴장이 가라앉지. 글쓰기 또한 나의 고양이다. 글쓰기는 내가 사실을 직시하게 해주지. 잠시지만, 열도 식히고. 그러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그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지. 나는 절필한 작가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열을 식히는 거지?” (p.146)
물론 부코스키는 고양이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 두고 살았음에는 틀림이 없다. 책의 중간중간에 고양이를 안고 있는 나이든 부코스키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표정들이 모두 아주 밝다. 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 책읽기를 방해하는 (아마 글쓰기도 방해한다고 하겠지) 고양이 동영상을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녀에게 말하노니, 부코스키는 무려 아홉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했다. 뭐, 부코스키가 얼마나 많은 글을 썼는지는 말해 무엇하랴...
“사랑은 우주의 / 짓뭉개진 고양이들” (p.59)
책에는 부코스키가 그렸다는 삽화가 한 장 들어 있다. 괴발개발 (여기서 괴는 고양이를 개는 개를 그러니까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 그린 것 같은 삽화인데 딱 부코스키답다. 게다가 그는 이 그림 실력으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표지에 넣으려고도 했나보다. 이를 두고 편집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간혹 표지 그림으로 고양이 삽화를 넣으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개가 되었다‘
“그래도 스타일 좋은 / 훌륭한 고양이들은 / 우주의 / 골목에서 / 어슬렁거린다.” - <고양이들과 사람들과 너와 나와 모든 것-> 중 (p.83)
지인의 고양이와는 달리 우리집 고양이는 나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앉은뱅이 책상에 다리를 뻗고 있으면 간혹 사타구니에 코를 박아대기는 하지만 책상 위로 뛰어오르지 않는다. 서재에 앉아 있을 때 발 아래로 와서는 스윽 정강이에 몸을 부비고 지나가기는 하지만 무르팍으로 뛰어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직 ‘고양이에 대하여’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사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데,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다.
찰스 부코스키 Chales Bukowski / 아벨 드브리토 엮음 / 박현주 역 / 고양이에 대하여 (On Cats) / 시공사 / 165쪽 / 2016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