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을 또 다른 고양이를 찾아서...
*2020년 1월 27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공공연한 고양이》는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로 사람의 시점으로 쓴 짧은 소설이다. 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박민정, 김선영, 김멜라, 양원영, 조예은 작가의 글이 실려 있다. 박민정의 <질주>를 제외하면 고양이를 소재로 삼았거나 주인공이 고양이인 소설들이다. 나만 고양이 없어, 라는 칭얼거림이 인구에 회자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고양이를 키우는데, 작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책에 실린 작가 중 몇몇은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다.
십팔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였던 고양이 용이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은 작년(2019년) 1월 초였다. 나는 극심한 슬픔을 끌어안은 채 한동안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고양이 용이를 닮은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고양이 용이의 실물을 닮은 고양이를 찾기도 하였지만 고양이 용이가 보여주었던 고양이 용이만의 제스처와 뉘앙스를 가진 고양이를 찾기도 하였다.
고양이 용이가 아직 어릴 때, 그러니까 아직 용이가 두 살이 되기 이전의 어느 겨울, 집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골목에서 용이를 닮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 무렵 용이는 간혹 집을 탈출하고는 했는데, 조용하게 울며 다가온 그 고양이를 나는 용이로 착각했다. 이렇게 추운데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거의 울다시피 말하고는 롱 코트 안에 그 고양이를 품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집에서 고양이와 나를 맞이한 아내는 어떻게 하나도 안 닮은 길고양이를 용이로 착각할 수 있냐며 어이없어 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용이, 그리고 용이 만큼이나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길고양이 사이에서 나는 한동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결국 길고양이는 빌라 안의 일정한 공간에 두고 먹이와 물을 제공했는데, 한동안 그곳에서 머물던 길고양이는 날이 풀리자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그러니까 나는 그 고양이처럼 용이를 향한 나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고양이를 찾아서 여러 사이트를 헤맸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의 구애는 성공하지 못하였고, 용이가 우리를 떠나고 한 달여가 흐른 즈음 다리가 부러진 길고양이를 동생 내외와 함께 구조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길고양이는 수술과 치료를 무사히 마친 후 결국 우리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고 들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만두라는 고양이는 윤주가 임보하는 고양이와 닮아 있었다. 종도, 성별도 달라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닮은 부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눈을 감았을 때의 얼굴, 장난칠 때의 표정까지도 비슷했다. 그녀가 올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 윤주는 얼굴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었다.” (p.20~21, 최은영 <임보 일기> 중)
《공공연한 고양이》는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로 사람의 시점으로 쓴 짧은 소설이다. 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박민정, 김선영, 김멜라, 양원영, 조예은 작가의 글이 실려 있다. 박민정의 <질주>를 제외하면 고양이를 소재로 삼았거나 주인공이 고양이인 소설들이다. 나만 고양이 없어, 라는 칭얼거림이 인구에 회자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고양이를 키우는데, 작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책에 실린 작가 중 몇은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다.
최은영 외 / 공공연한 고양이 :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 / 자음과모음 / 189쪽 / 2019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