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면서도 비범한 고양이에 관한, 흔하디 흔하지만 재미있는 보고서...
제프리 브라운씨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그를 거쳐간 고양이들은 다음과 같다. 미스티 (MISTY), 오비 (OBIE), 키티 (KITTY), 버디 (BUDDY)... 그는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에도 이런 식이다. “하아~ 너, 미스티 한번 꼭 만나봐야 되는데!... 미스티가 지금 몸 뒤집어서 머리랑 등이랑 붙이고 있어... 하하! 지금은 의자 위에서 딩굴딩굴거리고 있네!... 이젠 그르렁거리면서 식탁 다리에 꼭 붙어 있어...”
그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고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데리고 온다. 고양이는 식빵을 굽고 (오해하실라, 진짜 식빵을 굽는 것은 아니고, 식빵 모양으로 자신의 모양을 접는 기술을 의미 ^^;;), 벌레를 잡아서 입에 물고, 하얀 티셔츠를 물고 돌아다니며, 때때로 반갑다고 바지 가랑이에 목을 부비댄다. 조그마한 벌레에 집착하고 수세미 같은 주인의 머리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 하품을 하다가 뭔가 입에 들어가면 곧바로 냠냠 거린다.
한밤중에 쓰레기통을 뒤지느라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끊임없이 내서 성가시게 하고, 할짝거리면서 털을 고르고 발냄새를 맡는가하면, 주인의 발 아래에서 자다가 채이기도 한다. 흰 종이를 보면 발로 누르고 있고, 턱밑을 간질러주면 고르릉 거리다가 침까지 흘린다. 컵 안에 고개를 들이밀고 뭔가를 할짝거리고, 가끔은 무어가를 토해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발톱을 간다.
어딘가로 뛰어 오르고, 우다다를 하며, 풀을 뜯어 먹기도 한다. 문 밖으로 나가 뒹굴거리고, 세면대에 뛰어올라 그 안에 앉아 있기도 하며, 컵을 밀어서 엎지르기도 하지만 진공 청소기 소리를 굉장히 무서워하며 그럴 때는 주인의 팔을 할퀴기도 한다. 저 혼자 놀라서 폴짝 뛰어 오르기도 하고, 축 늘어져서 자기도 한다. 캣잎에 미친듯이 반응을 하고 때로는 허공에 꾹꾹이를 하기도 한다.
엄청나게 털이 빠지고, 키보드를 두두리고 있으면 그 옆에서 함께 키보드를 두드리려고 한다. 높은 곳에서 곤히 자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모서리만 보면 부비부비를 한다. 침대 시트 아래로 파고들기를 좋아하고, 가짜 생쥐를 보면 미친듯이 뛰어다니면서 본능을 유지한다. 동물 병원에서는 죽은 듯이 있고, 펜을 스면 그 끄트머리를 물지 못해 안달한다.
낯선 사람이 오면 침대 아래에 숨어버리고, 주인이 손을 내밀면 핥거나 깨문다. 장난감은 어딘가에 숨겨놓고 화장실에서는 화장실 모래를 밀어내고 털어대는 바람에 엉망을 만들어버린다. 박스 같은 것이 있으면 기어이 들어가고, 큰 소리에는 놀라서 꼬리를 부풀린다. 밥이 떨어지면 야옹거리며 주인을 쫓고, 허리를 길게 늘여서 희안한 모양을 만드는 재주를 부린다.
주인은 제프는 이렇게 자신의 고양이 미스티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그것을 그린다.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데도 희한하게 몇 번이고 보게 되는 만화다. 현재 우리집 화장실에는 <씨네21> 예닐곱권, 후지와라 신야의 <동경기행2>와 함께 바로 이 만화책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놓여져 있다. 그때그때 골라서 보는데 주로 이 만화를 보는 편이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하는 행동을 제프네 고양이 미스티도 한다. 그러니까 반대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제프리 브라운의 만화 속에서 자신의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집 고양이 용이와 들녘이도 위의 행동들을 그대로 한다. 사실 용이는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지라, 들녘이를 키우고 나서야 제대로 된 고양이의 행동을 알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제프리 브라운 / 사나 역 / TRYST 고양이 자문 /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Cat Getting Out of a Bag) / 애니북스 / 109쪽 / 2009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