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퀘스트 형식을 차용하고 고양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 사용설명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 고양이가 의인화된 소설, 고양이를 관찰하는 소설 등등..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의인화된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유머 감각은 별로지만 마음만은 기특하군. 이 세상에는 이치가 통하지 않거나 부조리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고통으로 가득 찬 그런 세계를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이치도 완력도 아니야. 바로 유머지.” (p.37)
소설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인 나쓰키 린타로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그 할아버지가 얼마전 돌아가셨다. 그후로 학교를 나가지 않고 있는데, 그런 린타로에게 반장인 사요가 찾아오고는 한다. 고서점은 정리를 할 생각이고, 할아버지의 장례를 도와준 고모에게 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러던 중 얼룩고양이 얼룩이 등장한다. 그리고 일종의 해결이 필요한 퀘스트로 린타로를 이끈다.
첫 번째 퀘스트에서는 ‘책을 가두는 자’의 책을 해방시켜야 한다. 그는 되도록 많은 책을 읽는 것에 몰두하는 자이다. 그렇게 읽은 책을 서재에 가두고 자물쇠로 채운다. 그리고 그는 얼른 또다른 책을 읽는 데에 몰두한다. 주객이 전도된 셈인데, 린타로는 그에게 “여기는 소중한 책을 꽂아두는 책장이 아니에요. 그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책을 과시하기 위한 쇼케이스에 불과하다고요.” 라고 말하고,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자기 발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지." 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두 번째 퀘스트에서는 ‘책을 자르는 자’를 멈추게 해야 한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만들기 위하여 책의 내용을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인다. 그렇게 가위질을 해서 최소한의 문장을 남기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린타로는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 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 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을 비난해서는 안 돼. 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 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염두에 두어 그와 맞선다.
세 번째 퀘스트에서는 ‘책을 팔아치우는 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 끄집어내야 한다. 세상이 원하는 바에 따라 책을 만들고 팔면 그만이라는 그도 원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을 상기시켜야 한다. ‘돈 이야기는 그만두고 오늘 읽은 책 이야기를 하자’던 할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쓰키 서점’은 지금까지 가능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전달해야 한다.
고양이 얼룩이 요구한 세 가지 퀘스트를 모두 끝냈지만 갑작스레 마지막 퀘스트가 등장한다. 린타로의 친구 사요가 납치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린타로는 책의 힘이 무엇인지를 묻는 여인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걸 가르쳐주는 게 책의 힘’이라는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무사히 사요를 구해낸다. 그리고 모든 퀘스트를 끝낸 린타로는 이제 할아버지의 고서점을 자신이 운영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소설은 게임의 퀘스트 형식을 차용하고 의인화된 고양이가 캐릭터로 첨가된 ‘책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식의 소설을 참으로 잘도 써내는 일본 작가들이다. 이런 일본 소설의 일단의 경향은 광범위한 청소년 문학 장르의 활성화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뻔한 것을 되도록 뻔하지 않은 형태로, 그래도 뻔한 것 같기는하지만 또 소소한 마음으로 받아들여볼까 하고 마음먹게 되는...
나쓰카와 소스케 / 이선희 역 /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arte(아르테) / 295쪽 / 2018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