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지려고 하는 마음의 한 귀퉁이를 둥글리기 위하여...
고양이를 키운 지 이십녀 년이 훌쩍 넘었다. 예전에는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에게 아무런 감응이 없었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난 다음에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었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만나도 한참 이야기를 나눌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응은 대부분 마음을 나쁜 쪽 보다는 좋은 쪽으로, 모난 쪽 보다는 둥글거리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뭔가 나빠지려는 마음, 그 마음을 의식해야 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싫어서 보았다. (아내는 그게 도움이 돼? 하는 표정이었지만) 연쇄살인만을 다루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의 컴퓨터 전문가인 가르시아는 잔인한 살인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기 전이나 후에 판다 사진 등을 봄으로써 스스로를 다스리고는 하는데, 그와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제목에 들어간 고양이라는 단어에 혹하기도 하였지만, 감독이 오기가미 나오코이니 믿을만 하다.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생겼던 착한 감정이 떠올려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웬걸 이 감독의 다른 영화 <안경>, <토일렛>(이 영화의 분위기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은... 보지 않은 것인지 보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고양이가 나오는, 착한 (그러면서 동시에 엉뚱한) 감수성을 가진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몇몇 영화가 동시에 떠오른다. 그러니까 뭔가 착한 감수성이 필요할 때 보면 좋겠다 싶은 일본 영화들 목록이랄까... 모리 준이치 감독의 <란도리>,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의 <녹차의 맛>과 같은 영화들... 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빼놓을 수 없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그러니까 이거 너무 착하게만 사는 게 아냐, 싶을 때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이치 더 킬러>가 어떨까 싶고...
영화는 제목 그대로이다. 십수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혼자 생활하고 있는 사요코가 가끔 제방을 따라 고양이들을 리어카에 싣고 나가 고양이를 빌려주는 것이 영화의 전부이다. 고양이를 빌려 드린다고 크게 외치면서 다니다가 적당한 사람이 물색되면 그에게 고양이를 빌려준다. 물론 나름의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고양이를 빌려가는 사람이 외로워야 하고, 몇 가지 사항에 동의를 해야 하며, 아주 약간의 돈을 내야 한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사요코도 만만찮게 외로운 (주식에 점쟁이에 여러 가지로 바쁜 것 같지만, 어쨌든 결혼을 목표로 몇몇 표어를 벽에다 붙여 놓는 것을 보면) 존재이니 구색이 잘 맞기도 하다. 그렇게 영화는 고양이를 빌려간 사람들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따라 흘러가고, 사요코는 그저 그 에피소드들에 고양이 손처럼 살짝 자신의 캐릭터를 얹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사요코라는 캐릭터가 갖는 (조금은 꾸며진 듯한, 그러나 사소설과도 비슷한 이런 일본 착한 영화에는 꽤나 어울리는) 엉뚱하면서도 스스럼없는 착함, 그리고 이러한 사요코를 둘러싸고 있는 고양이들의 재미있음이 좋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이 착해졌느냐고? 물론 그렇다. 사실 이 영화 때문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못된 마음이 저절로 잦아들었다는 것이 맞겠지만....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올라간다고 했던가? 자꾸 야박해지려는 마음을 동여매고 싶다면 이 영화도 나쁘지 않다.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 그래 고양이나 키우면서 혼자 사는 게 답이야, 이렇게 될 수도...)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レンタネコ, Rent-a-Cat) /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이차카와 미카코, 쿠사무라 레이코, 미츠이시 켄 주연 / 2012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