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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Nov 26. 2024

<고양이 여행 리포트> 미키 코이치로 감독

고양이 나나를 위한 연기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2019년 6월 11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오랜 시간 망설이다 주말에 아내와 함께 집에서 보았다. 올해 초 고양이 용이를 떠나보냈고 우리가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영화는 고양이가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었지만 영원한 헤어짐이라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용이를 보내고 반년이 지났지만 문득문득 사무쳐서 얼굴을 감싸고 또 쓸어내리곤 한다. 우리집에는 아직 고양이 용이가 털을 문질러 흔적을 남기곤 했던 몇몇 포인트가 남아 있다.




  고양이 나나는 도도한 길고양이었고, 사토루는 일종의 캣맘이었다. 그러다 나나가 교통사고를 당한 날, 사토루는 나나를 구하고 그때부터 정식으로 집사 노릇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나나와 꼭 닮은 고양이 하치를 키운 적이 있다는 사실은 나나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밝혀진다. 하치는 사토루에게 남겨진 유일한 가족 같은 고양이였고, 나나도 그렇다. 그래서 사토루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나나를 맡아줄 이를 찾는 여행 중인 것이다.


  혹시 과하게 몰입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영화 시작과 함께 아내와 나누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사토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에는 아내와 함께 탄식을 내뱉었다. 혹시 일본식의 슬픈 장면 연기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저것은, 그러니까 그저 어설펐다. 배우들의 감정은 과잉이었고 그들의 연기력은 태부족이어서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가 주인공인 영화이니, 얼굴 몰아주기 사진을 찍듯 고양이에게 연기 몰아주기 촬영을 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내가 울어? 라고 물었다. 그러니까 배우들의 저런 연기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거야? 라는 물음이었는데, 나는 용이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 깔끔하던 용이가 어느 새벽,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화장실에 나왔을 때, 그 당황해하는 눈빛을 보면서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물티슈로 대신 뒤처리를 해주던 시간이 떠올랐다. 


  나나가 사토루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였듯 나와 아내는 고양이 용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몇 가지 약물이 투여되는 동안 나는 고양이 용이의 몸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눈 맞추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고양이 들풀이의 장난을 피해 책꽂이의 맨 윗칸으로 자리를 옮긴 고양이 용이의 사진을 몇 번이고 쳐다봤다. 한시도 나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 고양이 들풀이는 영화를 보는 내내 조용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旅猫リポート) / 미키 코이치로 감독 / 후쿠시 소우타, 다케우치 유코, 타카하타 미츠키(목소리) 출연 / 119분 / 20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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