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을 되찾는 방법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워 당황했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강연이나 발표를 할 때 질문을 받는 시간이 되면 참 두렵습니다. 강연이나 발표도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미리미리 준비 할 수 있으니까요. 질문은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어렵고 떨립니다.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어떤 말로 무조건 대답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으면 상당히 편안해집니다.
지인 중에 아마추어 골퍼로는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갖춘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골프를 치러가서 행하는 원칙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드라이버를 실수했을 때는 6번 아이언을 친다.’입니다. 드라이버가 100미터 밖에 안나갔을 때, 욕심 같아서는 우드를 쳐서 그린 근처까지 가져다 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래서 우드를 들었을 때 좋은 결과를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답니다. 그래서 이런 규칙을 정했고요. 드라이버를 실수했지만, 6번 아이언으로 제대로 쳐서 페어웨이로 가져다 두면, 딱 한 타만 손해보는거니까, 기분도 안나빠지면서 계속 즐겁게 골프 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순간이 오면 어떤 말을 할까를 미리 정해두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당황하기 보다는 일단 정해둔 말을 하면서 대답할 말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당황했을 때 할 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맘이 덜 떨린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하기 참 좋은 말이 몇 개 있는데요. 저의 입사 동기이기도 한 기자의 방법을 설명 드릴까 합니다.
동기 기자가 3-4년 정도의 경력밖에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 당시 KBS는 저녁 11시에 뉴스라인이라는 뉴스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프로그램은 어떤 사안에 대해 담당 기자를 스튜디오에 출연시켜 보다 자세하게 사건을 설명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보통 기사가 리포트를 한다고 해도 2분 남짓일뿐이니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한 사건인 경우엔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앵커와 담당 기자의 대화를 통해 보다 세밀하게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순서를 준비한거죠. 그리고 이런 코너는 사전에 앵커와 담당 기자가 사건을 어떤 측면에서 이야기 할지, 질문과 답변을 거의 정해둔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기 기자가 뉴스라인 스튜디오에 출연해야했고, 당시의 뉴스라인 앵커는 돌발 질문을 아주 좋아하던 선배였습니다. 그렇게 궁금한게 있으면 방송 전에 내용 정리하는 회의에서 질문하고 정리하면 될텐데 그 앵커는 그렇게 하지 않고 생방송 중에 후배 기자들을 당황시키곤 했습니다. 동기 기자는 돌발 질문이 오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날도 앵커는 돌발 질문, 그것도 아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요?
그 기자는 돌발 질문을 하는 선배 앵커에게,
‘그건 앵커께서 잘 몰라서 하시는 질문이고, 중요한건 이겁니다.’
라고 대답을 한 후 원래 하기로 한 대답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기자로서 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피치 측면에서 보면 중요한 무기를 하나 발견한 기분입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나에게 불리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할 때도 있고, 난처한 질문이 날아오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나만의 한 마디를 만들어 두면 좋습니다. ‘만들어 두면 좋다’라고 했습니다, ‘써먹으면 좋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뭐가 다르냐고요?
저렇게 공격적인 답변을 하는게 늘 좋은건 아닙니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저런 나만의 한마디를 준비를 해 뒀다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정말 어려운 순간이 오면 대답할 말이 있으니까요. 최소한 전 그랬습니다. 어떤 말이라도 오늘 난처한 상황이 온다면 이 말로 모면하겠다라는 그 한마디가 준비되어 있다면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는 어떤 말을 준비해두냐고요? 제가 늘 준비하고 있는 말이 한 마디 있습니다. 강연 자리 등에서 제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날아올 때를 대비한 말이죠. 저의 한마디는 바로 ‘좋은 질문입니다.’입니다. 어떤 어려운 질문이 온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대답한 후 시간을 법니다. 3초? 길면 5초 정도? 짧은 시간이라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죠? 하지만 고작 3에서 5초일 뿐인 이 시간이 당황한 순간에는 천군마마같은 시간입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가다담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대답할 말을 고릅니다. 공간의 분위기와 내 자신의 머릿속을 한 번 환기하는거죠.
제가 너무 저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 같아 걱정됩니다. 이제 어느 자리에서 저를 만났는데, 제가 어떤 질문에 ‘좋은 질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아, 한석준이 지금 살짝 당황했나보구나.’라고 짐작하고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