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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Dec 31. 2023

나를 더 잘 알게된 해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

2022년은 내게 "가장 돈 많이 쓰고 가장 힘들었던 해"였다. 그래서 2023년은 절대 똑같이 살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2023년은 내게 "가장 저축 많이 하고 가장 마음이 편했던 해"가 된 게 맞긴 맞지만, 중간에 인생에서 아주 크고 중요한 걸 깨달아버려서 색다른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나를 더 잘 알게된 해"


자기 자신의 장점을 알긴 쉽다. 대개 칭찬을 많이 듣는 것들이 내 장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너는 항상 당당해보여", "너는 긍정적인 것 같아", "너는 열정적이고 진실해" 등,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수식어들로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곤 한다. 다만 장점은 첫인상에서도, 안 지 얼마 안 된 사이에서도 발견당하는 반면, 단점은 오래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적어도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어?"하는 포인트들이 모여 "저 사람 이런 부분이 단점같아"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불행히도, 단점을 곧이 곧대로 말해주는 이들은 잘 없기에, 대부분은 본인의 단점이 무언지 모르고 나이먹어가는 것 같다.


"거짓말은 거짓말인 건데 너는 굳이 적극적 거짓말과 소극적 거짓말을 나누어가며 거짓말 한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 "너는 시간 개념이 없고 즉흥적일 때가 많은 것 같아", "잘못했으면 상대방의 화가 풀릴 때까지 사과해야하는데 너는 조금 사과하다가 왜 사과를 받아주지 않느냐고 화를 내"


이것은 놀랍게도 올 한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었던 나의 단점들이다. 처음 이런 말을 들었을 땐 낯뜨거워지고 "날 뭘로 보는 거얏!"이라며 화를 냈더랬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단 연인 사이에서만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요약하자면, 1) 잘못을 빠르게 인정 못하고 2) 예측 불가능하고 3) 성격이 급한 것이 나의 성격적 단점이 맞는 것 같았다. ENFP라는 MBTI 뒤에 숨어버리기엔 여러 갈등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들이라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를 돌이켜보아도 뚜렷한 계기가 생각나진 않았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한 살 두 살 나이먹고 자라는 과정에서 누군가 나를 호되게 혼내거나 바꿔놓는 계기가 없어서 지금까지도 그러한 단점들이 유지가 되고 있는 거였다. 오히려 어렸을 땐 이러한 성격을 단점이라고 생각지 않고 오히려 1) 주관이 뚜렷하고 2) 통통 튀고 3) 추진력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동전의 양면같아서, 한 끗 차이로 평판이 갈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장점이 단점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심지어 이제 나는 그것에 억울해 할 것이 아니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수양시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내일이면 29살, 어느덧 코 앞으로 다가온 30대가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30대에도 똑같은 피드백을 듣는 나를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다.


결국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지, 라는 생각으로 그간의 과오들을 깊이 반성하고 단점들을 상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024년 1월 1일부터는 주관이 뚜렷하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통통 튀지만 예측 가능하고, 추진력은 좋지만 침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련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직시하고 "그럼 어떻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골몰했던 해, 2023년. 20대의 종지부를 찍을 2024년에는 '모쪼록' 달라져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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