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호영 Feb 26. 2024

아이스크림랜드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여행




아이슬란드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호감. 코리아, 아메리카, 스페인, 핀란드 같은 나라 이름을 쭉 나열하다가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을 발음할 때 느껴지는 선명함. 발음할 때 입술이 편안해진다. 입을 조금 크게 벌려 ‘아_’ 하고 소리 내어 본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왔어요.”라고 운을 떼고 웃어 보인다. 


한국에서는 먼 곳이라 닿기가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이번 생에서 아이슬란드는 안 가볼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애정을 쏟아 여행 가고 싶어 하는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일부에게서 느껴지는 관심, 그 안에서 특히 느껴지는 폭발적인 관심과 더 나아가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뿐. 그러니까, 아이슬란드는 무관심 혹은 사랑의 대상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매일 조금씩 거대한 빙하가 움직이며 땅의 모양을 바꾸고 있다. 화산 폭발과 지진의 위험에 늘 주의를 기울인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북극권일까? 여름에는 백야라 해가 지지 않는다는데 잠은 어떻게 잘까. 겨울에는 대부분 어둡다는데, 추위를 견디며 여행하기에 괜찮을까? 비와 눈과 바람 같은 날씨의 변덕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자연 속에서 저절로 생긴 지열 온천, 여름에 볼 수 있다는 퍼핀이라는 새, 사람 숫자보다 많다는 양, 운전하다가 양을 다치게 하면 큰일이 난다는 주의 사항 같은 것. 정작 운전하기에 길은 괜찮은지, 속도위반 벌금이 상상을 초월한다는데.  음식은 어떻고, 언어는 어떻고, 사람들은 친절한지, 방문하기에 좋은 계절은 언제인지, 같은 사사로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런 질문들의 절반은 무관심에서, 절반은 사랑에서 왔다.



"그래서 어디에 간다고요? 아일랜드요? 아, 아이슬란드라고 그랬죠?"라고 되묻고는 며칠 뒤에, 다시 이렇게 되묻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 간다고요? 아, 아이스랜드요?" 


'Iceland는 아이스랜드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입니다. 아일랜드는 영국 옆에 있는 섬나라예요.'라고 매번 고쳐주기도 애매하다. 아는체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싶다. 아이슬란드면 어떻고, 아이스랜드면 어때요. 어차피 아이슬란드를 아이슬란드어로 말하면 ísland인데. ís는 얼음이라는 뜻도 되고,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랜드라고 하면 어때요. 귀엽기만 한걸. 그러나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들으면 싫어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대한민쿡이라고 하면 안되니까요.




아이슬란드 겨울 낮에 뜬 달



어쩌면 잔뜩 겁을 먹을 필요도, 호기심 많은 어린이처럼 궁금해할 것도 없이 그냥 훌쩍 떠나는 게 여행이라지만, 아이슬란드는 조금 다르다. 꼼꼼하게 루트를 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심으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진심이 닿아야 아이슬란드는 보여줄 것이다. 당신이 보고싶어하는 것들을!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미지의 장소, 고요하다 못해 공허한, 평화롭지만 시끄럽고, 눈 부시게 빛나다가 금세 까만 밤이 내리는 곳, 그곳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여름 한 달과 겨울 보름간의 여행 이야기. 전부 다 보여주려고 하지 않을게요. 강렬했거나, 재미있거나, 깜짝 놀랐던 일들만 들려줄게요.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밤이어서 깜짝 놀라곤 했지만요.









조금 결이 다른 방식으로 블로그에도 연재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아이슬란드여행 팁이 필요하신 분은 블로그에 놀러오세요.

Erin쌤의 영어와 여행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