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여행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핫도그의 원래 명칭은 콘도그(corn dog)가 맞다. 이는 핫도그의 변형 간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콘도그가 핫도그가 되었다. 원래 핫도그는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은 형태를 말한다. 닥스훈트 소시지를 파는 사람을 보고, 어떤 기자가 핫도그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소시지가 유명한 독일이나 폴란드, 미국도 아닌 웬 아이슬란드에서 핫도그를 논하는 걸까?
아이슬란드에는 ‘양’이 많다. 사람 숫자보다 더 많다. 과거에 양고기를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방식 중 하나로 소시지를 만들어 핫도그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밀가루가 귀했던 과거에는 소시지만 먹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사람이라면 대부분 소시지를 좋아하는데, 그래서일까 핫도그는 거의 국민 음식이 되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떡볶이나 김밥 혹은 국밥 정도 되려나?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약 1937년쯤, 핫도그 브랜드 <Baejarins Beztu Pylsur>가 생겼으니 약 100년 가까이 된 역사를 자랑한다. 간단히 만든 평범한 핫도그이지만, 그 맛은 기가 막히니 입맛 다실 준비를 하자.
부드러운 긴 빵 사이에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넣는다. 여기서 잠깐, 소시지를 넣는 위치마저 중요한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다진 생양파 약간, 튀겨 바삭하게 만든 크리스피 어니언, 특제 케첩, 특제 머스타드와 레물라드(remulade) 소스가 첨가된다. 단연 양고기 소시지를 추천하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시지도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주문을 해보자. "어떤 핫도그를 줄까요?"라고 묻는다면, "One with Everything!"이라고 답하면 되는데, 여행지에서 그 지역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도전하는 여러분에게 무조건 추천한다. 모든 것이 다 들어간 핫도그를 맛본 뒤에는 내 취향껏, 양파를 빼거나, 케첩을 빼거나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아무래도 'Everything' 핫도그가 잘 맞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이슬란드 핫도그 케첩은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만든 제품이다. 사과가 들어가서 그런지 탱글탱글한 자극을 준다. 미세하게 매콤한 향이 올라오면서도 가볍게 달콤한 맛을 내는 브라운 머스타드는 비밀소스임이 틀림없다. 마요네즈 베이스인 레물라드는 크리미한 질감 덕에 이 모든 재료를 조화롭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한국에 가면 분명 이 별거 아닌 것 같은 핫도그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그때를 대비하여 아이슬란드 특제 핫도그 소스를 사 오는 것도 방법이다. 보너스마트에서 'pylsusinnep'라고 쓰인 핫도그 머스타드와 아이슬란드식 레물라드와 케첩, 크리스피 어니언까지 구매 가능하다. 여행 첫날 핫도그 재료들을 미리 사두고, 숙소에서 틈틈이 만들어 먹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평소에 핫도그나 소시지는 거의 먹지 않는 나도,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는 몇 번이나 핫도그로 끼니를 때웠다. 단순히 다른 식사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구매하기도 쉬운데, 신기하게 맛이 좋다. 여름에야 그렇다 치고, 한겨울에 목도리 두르고 발 동동 구르며 줄 서서 핫도그를 살 줄이야. 핫도그 스탠드 앞 전용 벤치에 앉아 사람들 틈에 끼어 털모자 푹 눌러쓰고, 핫도그를 먹을 줄은!
아이슬란드에서 핫도그는 pylsa 혹은, pulsa라고 부른다. 핫도그가 여러 개일 땐 pylsur가 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핫도그를 부르는 방식으로 가벼운 논쟁을 벌이기도 한단다. 우리 여행자들은 그저 "One with Everything"을 외칠 준비만 하고 떠나면 되겠다.
아이슬란드어로 주문하고 싶다면? 다음 문장을 연습해 볼 것.
Eina með öllu ( 발음 : AYN-ah-med-UTL-lou )
https://www.instagram.com/reel/C2Peti0Pw63/?igsh=Z3dtbHI5ZDhhN3Mw
(카카오 브런치에는 사진에 링크가 걸리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