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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Apr 29. 2024

언제까지 나를 증명해야 할까?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문득


이효리가 이런 말을 했다.


“유명한데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면서도 잊혀지기는 싫어요.”


“이건 이효리에게 불가능한 바람 아닌가요?”


맞는 편에 앉아있던 대화 상대가 되물었고, 

이효리는 이렇게 답했다.


“꼭 가능한 것만 꿈 꿔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효리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분이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특히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너무’ 유명해지기는 싫지만, 적당히 알려지고 싶다고 말한다. 

프리랜서의 직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고, 생각보다 돈을 잘 벌기도 한다.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벌고 있으니, 얼핏 보면 화려하고 자유로운 삶일테다. 

오랫동안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해오던 나도 프리랜서 대열에 합류했다. 취미생활로 프리랜서의 삶을 미리 겪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취미로 영유할 때와 순수 내 삶을 꾸려나갈 때 느끼는 차이는꽤 컸다.


마치 매일 밤 일기를 다 써야만 그날의 숙제를 마쳤던 것처럼, 매일 내 일을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숙제 검사하는 선생님이 없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더욱 단련시킨다. 자주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다. 끊임없이 ‘나의 존재’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돌아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내 일을 증명해야 할까?’








‘언제까지’로 시작하는 질문은 직장생활을 할 때도 했다는 게 떠올랐다.

‘언제까지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했던 이 질문은 여전히 주변에서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이제는 제 일을 찾으려고요.”


좌절과 기쁨은 한끗 차이로 찾아왔고, 그 배경에는 늘 타인의 생각과 판단이 서려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타인의 생각 따위 신경 쓰지 말고, 나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숱한 말들도 결국은 타인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타인의 하트를 받고, 타인의 지갑을 열어 생존하는 삶. 그러니까, 결국 ‘나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과 관심이 절대 필요 조건으로 존재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나는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아이러니. 유명하지 않아서 받는 무관심 대신, 유명해져서 받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그에 상반되는 무조건적인 혐오를 기꺼이 선택해야만 하는가, 같은 고민. 선택의 기회가 있는가.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역시 숙제를 해야 한다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알랭드보통은 불확실성이 ‘불안’을 낳는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였다. 무작위 집단에게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는 내 자유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나 자신을 부단히 발견하며 자유를 얻자.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달과 해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날도 있었다.  매일 떠나도 매일 낯선 여행을 통해.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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