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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Nov 05. 2024

너 참 많이 컸다

인생의 쓴맛 단맛(Feat. 음악)

서울집 근처 한 대학교 건너편 맥도널드가 있다.

오늘 일일 연차를 냈다.

어제 오후 아이에게 가 미술공부를 하고

오늘 아침 일찍 서울집에 왔다.


결혼 전 아버지 살고 계신 아파트를

자기 것이라 주장하여

반박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9시 주민센터에 가서

재산세과세증명서를 떼고

거래은행에서 거래내역서를 떼면 된다.

어제는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 거래은행을 돌았다.

입증할 수 있는 것들이다.

피곤할 뿐이다.


아이 학교 엄마들이 연말 연극을 하기로 했다.

마침 돼지 역할이 있어

아이가 돼지 돼지 놀리던 게 생각나

돼지 역에 지원했다.^^

아이에게 말하니,

헉, 정말 돼지네, 한다.

오늘 낮에 학교 근처 녹음실에

엄마들 여럿이 모이기로 했다.


녹음 후에 다시 서울에 와서

반박자료를 작성해

변호사님께 보내면 된다.


일요일 종일 다운되어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몸을 움직이니

그래, 별일 아니네, 싶었다.


입증할 수 있는 것들인데

혹여나 하는 걱정이 들면서

불안에 압도당해

하루 종일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맥도널드 이층

한 테이블 맞은편 창 너머로

멋진 뷰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의 쉼으로 한 번의 안정을 더욱 찾아가는 기분이다.

지금 아이팟 너머로 들리는 음악

최백호의 <지나간다>(Feat. 조현아 of 어반자카파)

인생의 쓴맛 단맛 풍미를 더한다.


많이 컸구나.

8살 어린 직장 동료가 오늘은 또 어디 가요, 물었다.

급하게 오후반차를 쓰고 검찰 민원실에 가려던 참이었다.

검찰 민원실.

어른이네, 한다.

그래, 상으른이다, 하며 웃었다.


아직 8시 36분.

근처 주민센터 오픈 시간까지

24분이나 있다.


20분의 시간이 귀하고 귀하다.

이 20분만큼은 걱정 근심 내려놓고

맘껏 뷰와 커피와 음악을 즐기려 한다.


너 참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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