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시선의 폭력성

직장 동료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묘하게 상한다. 직장동료는 말도 번지르게 하며 논리적으로 말을 참 잘한다. 그러나, 누군가 의견을 말할 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타인과의 생각이 자신과 상이할 경우에는 입을 삐죽거리거나 인상을 찌푸린다. 특히, 내가 말할 때는 더욱 그러한 비언어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나와 그분의 생각과 견해의 폭이 커서 그럴 것이다.

처음에는 나에게만 행했던 비언어적 행동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직장동료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동을 보면서 ‘무의식적인 비언어 행동’이 ‘ 인식화 ’ 되어 버림을 느낀다.


비언어적인 행동인 찌푸린 얼굴, 입을 삐죽거리거나, 기분 나쁜 태도와 표정 등이 무의식중에 타인에게 무례함과 마음의 상처를 주는 폭력성이 된다.

나도 예전에 근거 없는 이야기 혹은 서슴지 않고 타인의 험담을 하는 상사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려서 상사에게 ‘찍힌 인간’이 된 적이 있었고, 상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타인의 의견이나 이야기, 행동들이 나와 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얼굴 표정은 무표정하게 지으려고 노력한다. 긍정하는 고개 끄덕임, 환하게 웃는 표정은 쉽게 지어지는데 비언어적인 행동들인 찌푸린 얼굴, 피식 웃거나, 불편한 시선 등은 주의를 기울여도 무의식중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경계해야 한다.

UCLA 심리학자이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앨버트 메라 비언(Albert Mehrabian) 박사는 미국에서 종단연구를 한 결과 의사소통에서 주요한 것은 비언어적인 메시지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메라비언 박사가 출간한 저서 <침묵의 메시지>에서 의사소통 시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시각적인 요소 즉, 얼굴 표정, 자세, 옷차림, 행동, 태도가 55%, 청각적 요소인 음색, 목소리 억양, 속도, 말투가 38%,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어의 내용이 7%라는 메라 비언 법칙을 내놓았다.

메라비언 법칙을 제쳐두고라도 비언어적 행동인 얼굴 표정, 자세, 옷차림, 행동 및 태도들은 인간의 심리와 그 사람의 인식을 투영해 주고 있다. 기생충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기택 역할의 송강호가 박동익 역할인 이선균을 칼로 찌르는 이유도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는 지하실에 숨어지내던 남자 밑에 깔린 자동차 키를 꺼내는 순간에 박동익의 행동, 손으로 코를 막는 비언어적 행동의 폭력성과 기득권 세력이 보이는 인격모독에 대한 분노의 표출임을 알 수 있다. 박동익 역할의 이선균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손으로 코를 막는 것은 한 인간을 무시하고 기득권 세력의 우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기택의 송강호가 박동익을 칼로 찌르는 짧은 순간은 나로 하여금 타자에 대한 불편한 비언어적 행동의 폭력성과 인간 존중에 대해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다.

movie_image.jpg?type=w640_2 출처: 나무위키(기생충 영화)

기생충, 감독봉준호출연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정지소,

정현준개봉2019. 05. 30.


50대, 60대에 고독사 관련해 송인주 박사님의 강의를 유튜브를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이 50대,60대 고립된 삶을 사시는 분들을 돕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해줄 수 있는 간단한 일을 말씀해 주셨다. 그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갈 곳 없는 중장년들에게 걱정과 우려가 가득 찬 시선을 보내는 사회적 구성원들이 많다. 그들을 향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이 곧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게 된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민들의 시선을 교정하는 일이었다. 일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장년 1인 가구들에게 보내는 불편한 시선들, 걱정하는 시선들이 그들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남자가 혼자? 불쌍하다. 어쩌다가 혼자? 이런 시선들은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자신들을 지탱해왔던 자존심마저 무너져 내린다고 한다.

우리들도 타인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들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시선은 인식을 만들어서 눈을 찌푸리고, 불편한 말과 태도로 나오기도 한다.

직장 동료 혹은 스치는 누군가의 불편한 시선이나 비언어적인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은 적이 있는 나는 차라리 눈살을 찌푸리거나, 아래 위로 훑어보는 행동 대신에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말로 표현해 주는 편이 휠씬 나을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말은 허공에 떠다니면서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무디어져 기억도 안 나기도 한다. 그런데 타인으로부터 받은 불편한 시선은 계속 뒤에 따라다니는 것 같아서 쉽게 없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 마음이 불편하다.

직장동료의 폭력적인 얼굴 표정으로 어제는 힘든 하루였다. 어찌하랴, 이런 경우일수록 나 자신을 성찰해 보는 ‘사고의 전환’을 꾀해본다.

f9c49ee95bc6e7a3f1dc44a505a6e202.jpg 출처: 나무위키(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 연출 김석윤출연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이기우방송2022, JTBC


오늘 오전에 2022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나에게 가장 큰 위로를 주었던 ‘나의 해방일지’에서 보고 싶은 장면만 다시 보았다. 염미정이 구씨에게 했던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의 대사가 눈에 들어온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토요일이면 오늘 토요일이구나 하고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에 5분만 채워요.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염창희 역의 이민기가 산포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하는 대사

이 말들이 막 쏟아지고 싶어서 혀끝까지 밀려나오는데 꾹 다시 밀어 넣게 되는 그 순간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거다. 내가 이걸 삼키다니 자기한테 반하면서. 나. 나 또 반한다.

타인에게 보내는 따스한 말 한마디, 애정 어린 눈빛, 탄성이 나오는 시선 등은 누군가를 죽지 않고 살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식과 혀끝까지 밀려나오는 누군가에게 향하는 충고, 조언을 다시 밀어 넣은 어른이 되어보자. 그러면 염창희 처럼 나도 나한테 반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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