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B2B 마케팅 허슬로 모인 마케터 분들 중 몇 명을 첫 모임에서 뵈었는데요. 대충 제 소개하고, 재직 중인 회사에서 B2B 마케팅 쪽으로 하고 있는 일을 나열하고 나서 위의 질문을 드렸습니다. 아무리 제가 호스트(?)라도, 저만 말하면 커뮤니티가 아니니까요. 애초에 다른 회사의 B2B 마케팅은 얼마나 다를까 혹은 비슷할까 등등이 궁금해서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도 있었고요. 저보다 더 앞서 가고 있는 회사의 마케팅 방식이 있으면 귀동냥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운을 떼자, 다들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풍성한 이야기를 꺼내놓으셨습니다. 저도 이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게 처음이고, 첫 만남에 모임이 너무 빨리 끝나버릴까봐 아주 그냥 한걱정했는데... 나중에는 끊지 않으면 이 분들 다음 날 출근이 피곤해지실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모임은 목요일 저녁이었습니다. 2회차 모임 많관부...!)
MBTI I인 사람으로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그렇게 열심히 말해본 건 또 오랜만이라 모임이 끝나고 나니 굉장히 피곤했는데요. 그럼에도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 근데 또 B2B 마케터들의 고민은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것, 거기에 말이 통하는 분들을 뵈니까 너무 신났습니다. 힘든 얘기 들으면 또 제 얘기 같고, 잘하고 계신 분 얘기 들으면 또 나도 저기까지 언제 가보지 싶고요. 암튼 첫 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갈무리하여, B2B 마케터들이 회사에서 실제로 하는 일을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근데 회바회(회사BY회사)인 점, 주의 부탁 드립니다.
1. 랜딩페이지 관리, SEO
B2C의 디지털 마케터와 동일합니다. 웹사이트는 B2B 프로덕트를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채널이죠. B2B의 마케터 또한 웹사이트 방문자에게 우리 프로덕트를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랜딩페이지를 세팅하고 관리합니다. 특히, 고객의 신청(리드)이 발생하는 채널이기도 해서 잠재고객이 우리 웹사이트에 자주 방문하고 오랫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SEO(검색엔진최적화)는 이러한 업무의 일환인데요. 디지털 광고를 통한 구매 전환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B2B 비즈니스는 자연 검색을 통해 잠재고객이 우리 사이트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SEO 세팅이 중요하죠.
B2B 비즈니스도 당연히 광고를 합니다. 근데 프로덕트 바이 프로덕트인 것 같아요. 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검색과 DA), 네이버(검색), 링크드인 외에는 광고 캠페인을 운영한 적이 별로 없는데요. 다른 B2B 마케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버스 광고나 정류장 광고, 지하철 영상 광고 등 타깃의 물리적인 생활 반경(?)을 고려한 광고를 진행하시는 경우도 꽤 많더라고요. 직접 트래킹은 되지 않는 매체이나, 고객의 도입 문의 전화를 통해 유입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지하철과 같은 특정 환경에서 송출하는 광고의 경우에도 추적은 어렵지만 고객들이 사진을 찍어 알려주는 등 약간의 바이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셨고요.
B2B 비즈니스의 경우, 웹사이트 들어와서 바로 결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고객사는 프로덕트의 도입 상담을 먼저 문의하고, 기업과 기업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결제하죠. 때문에 잠재고객에게 도입 상담 문의를 바로 유도하지 않고, 유익한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주고 고객 정보를 기업이 가져가는 마케팅 리드(MQL, Marketing Qualified Lead) 수집 중심의 전략이 동반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오가닉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검색 결과에 프로덕트와 유관한 페이지가 지속해서 노출되게끔 하기 위한 정보성 글을 작성하고, 도입 상담 신청을 제출하기 전에 잠재고객의 액션을 유도할 만한 백서(Ebook)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합니다. 웹사이트에 프로덕트를 이미 이용한 기고객사의 후기(도입사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브랜드의 신뢰도를 쌓는 것도 중요하죠. 다만, 모임에 참석한 마케터들이 입을 모아 '가장 중요하지만 리소스가 너무 많이 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브런치에서 마케터 관점에서 오가닉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에 대해 작성해볼게요!
4. 뉴스레터 제작과 운영
요즘은 정말 뉴스레터 안 하는 기업이 없는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는 잠재고객을 구독자로 끌어들여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좋은 채널입니다. 동의를 얻어 잠재고객의 메일함에 우리 프로덕트와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해서 노출 시킬 수 있다니 안 할 이유가 없죠. 대부분 발송 주기는 대부분 월 1~2회이고, 마케터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
B2B 마케팅은 사실상 '나를 잊지 마세요' 마케팅...
5. 드립 이메일 캠페인 운영
뉴스레터와 뭐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는데요. 정확하게는 드립 이메일 캠페인에 뉴스레터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드립 이메일은 잠재고객의 행동 패턴을 일종의 시나리오로 구성하고, 그에 따른 이메일 콘텐츠를 고객의 행동 단계별로 미리 세팅하여 자동 발송 시키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뉴스레터를 매달 1회 발송한다고 가정하면, 1번째 달의 구독자는 모든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지만 4번째 달부터 구독한 사람은 이전 메일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때 드립 이메일 캠페인을 운영하면 중간에 구독한 사람이 뉴스레터 구독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이전 뉴스레터를 모아 볼 수 있는 메일을 추가로 발송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의 행동에 따라 관심 있어 하는 관련된 다른 콘텐츠를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여줄 수도 있죠. 드립 이메일 캠페인의 장점은 수많은 리드(신청자)가 관심 있어 하는 콘텐츠에 따라 보다 개인화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3번과 비슷한 맥락의 마케팅 액션인데, 보다 적극적으로 잠재고객을 찾아나서는 방식입니다. 잠재고객이 관심 있어할 만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해당 업계의 트렌드를 전파하는 내용의 세미나를 B2B 기업에서는 많이 엽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본인 프로덕트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세미나를 열기도 합니다(대놓고 영업하는 거죠). B2B 마케터 모임에 오신 분들도 웨비나(코로나 영향으로 뭐든지 온라인이 디폴트...)를 자주 운영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웨비나에 무료로 열리다 보니, 습관성 신청을 거듭하는 가짜 리드를 골라내는 게 고민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웨비나를 운영하는 이유는 잠재고객의 고객 정보를 수집하여 관련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위함이 1번째고요. 잠재고객이 갖고 있는 고민이나 의문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파악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는 웨비나보다 훨씬 순도 높은 마케팅 리드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습관적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할 경우, 웨비나와 내용은 비슷하나 고객사의 담당자들 간 네트워킹을 위한 판을 깔아주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리텐션이 높은 B2B 비즈니스의 특성상, 기고객사 담당자들만 모아 VIP 행사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행사가 종료된 후에는 세일즈 부서가 붙어서 추가 도입 문의를 발생시키기 위한 관리에 들어갑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마케팅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모임에서 나왔습니다. 전시회 부스를 잠재 고객사들에게 열어주고, 실제 리드 전환 사례까지 발굴했다는 분도 계셨고요. 자사 플랫폼 안에 광고 상품을 새로 만들어서, 추가적인 마케팅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 여정에 따른 VOC(Voice of Customer)를 수집해 마케팅 전략이나 콘텐츠에 직접 반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에서는 모두 일치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만큼 명확한 전략 제시는 없는 것 같아요.
적어놓고 보니, B2B 마케팅은 잠재고객이 계속해서 우리를 잊지 않게 만드는 전략으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드립 이메일 캠페인이나 광고, 행사 운영, 콘텐츠 제작까지 모든 마케팅 활동은 잠재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직/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B2C의 마케팅 방식과는 다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을 찾아나서기 위한 타깃 중심의 마케팅이라는 점은 똑같은 것 같네요. 다음 브런치에서는 이 모든 마케팅 활동의 핵심이자 알맹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 수급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아이디어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