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이라 정말 긴장이 되었다. 혹시나 실수하거나 시간 배분을 잘못하지 않을까? 중학생들은 초등학생들과는 다를 텐데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약간의 자신감은 있었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성인 강의도 무사히 마쳤고, 도서관 사서선생님께서도 감사의 인사를 남겨주셨기 때문이다.
첫 시간엔 내가 작가가 된 과정과 독립출판 및 기획출판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했다.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을 왜 쓰는지 물어보았는데 몇몇 학생이 ‘즐거워서’, ‘나를 표현할 수 있어서’라고 소개했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나는 치유의 글쓰기도 덧붙여주었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학생들이 글을 쓸 때 둘러보니 내면의 사유나 고민 글이 주를 이루었다. 주변 사람들이 반려견을 함부로 대해서 속상한 이야기, 친구관계의 어려움 토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아쉬움, 가족과의 일상 등.
나에 대한 소개에 이어 두 번째 시간에는 학생들을 소개하도록 했다. 예전에 시 쓰기 수업에서 배운 시적으로 소개하는 법을 활용했다. 자신을 탁한 색이라고 표현한 학생도 있었고 검은색이라고 표현한 학생도 있었다. 주로 밝은 색보다 무채색이 많아서 중학생이라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학업에 치이느라 힘든 감정도 토로했다. 활발하게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는 학생도 있었고, 비사교적이고 혼자가 좋다는 친구도 있었다. 밝음과 어두움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학생의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여학생이고 남학생은 한 명이었다. 그래서 여성의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에 대해 읽고 감상문을 적어보았는데 몇몇 학생들은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고민에 대한 실마리가 풀렸다는 식으로 써주었다. 고3 때 담임 선생님께서 현모양처가 꿈인 학생에 대해 아쉬워했는데 나도 학생들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주장한 버지니아 울프처럼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학생도 있었다. 그 학생은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은 학생 같았다. 문득 나도 처음 글쓰기를 ‘나’에 대한 탐구로 시작했던 기억이 떠올라 다음 수업에는 그 부분을 반영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샌델이나 김창옥 교수처럼 의미 있고 유쾌한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점차 보완해나가고 싶다. 오늘 학생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 글의 문제점도 같이 돌아보게 됐다. 혼자 쓸 때는 몰랐는데 학생들의 글을 읽어보니 왜 줄거리가 가득한 글이 문제인지, 의식의 흐름 기법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느꼈고, 낭독과 퇴고의 중요성도 한층 더 깨닫게 되었다.
이메일 주소가 없는 학생이 많을 거라는 것은 예상 못했는데 다음 수업은 노션이나 네이버폼 등을 이용해서 원고를 받고 피드백해주려고 한다. 나도 처음엔 에세이나 출판 수업을 들으며 강사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에 섰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했는데 이제 더 다듬고 가꿔서 정말 옥석처럼 아름답고 삶의 정수가 담긴 글을 쓰고 싶다. 더불어 강사로서의 실력도 쌓아가고 싶다.
그를 위해 앞으로 좀 더 부지런해지고 좀 더 바쁘게 살아가야겠다. 서툴고 어색한 첫 수업이었지만, 계속해서 나아지는 수업을 위해 많은 문학과 예술, 강의를 접하면서 나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