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꿈인 여행
여행 작가의 직업 만족도는 엄청 높다고 한다. 여행이라는 일탈이 주는 만족감이 직업적 고충마저도 잊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나도 여행을 떠나기 전 <오늘부터 여행작가>라는 책을 읽어보며 여행작가가 돼보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았다. 생각만 해도 달콤하고 낭만적인 꿈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 꿈이 바로 이루어졌다. 16박 17일간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독립출판으로 책을 펴낸 것이다. 비록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아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이루진 못했지만 나에겐 하나의 추억과 뜻깊은 이력으로 남았다. 물론 전문적인 여행작가들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내 꿈을 위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문을 두드리고 발걸음을 옮겼다는 어마어마한 뿌듯함이 되어 돌아왔다.
첫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여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하룻밤 300유로라는 말에 포기한 일. 다급하게 한인민박을 예약하고 자정에 도착해서 간신히 녹초를 풀었던 첫날밤의 휴식. 선사유적지인 스톤헨지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솔즈베리로 떠난 일.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했던 플릭스 버스 안에서의 9시간. 몽마르트르 언덕에 올라 파리 전경을 바라본 일. 캐리어를 끌고 터덕터덕 파리 시내를 걸어 다닌 일. 알록달록 비눗방울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던 인터라켄에서의 한낮. 베니스에서 챙모자를 사서 쓰고 거리를 활보한 일. 피렌체에서 관람했던 우피치 미술관의 명화들. 땅거미가 내려앉은 밤 풍경의 로마 유적지. 그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여행의 순간으로 남았다.
‘1년 뒤 여름 다시 오자.’라고 다짐했지만 지키지는 못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은 힘들어졌다. 그런데 내 마음과 머릿속은 예전 앨범을 들춰보며, 써놓은 글들을 들춰보며 다시 여행의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때 미처 다 둘러보지 못했던 곳. 런던의 노팅힐,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 스피츠 호수,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바티칸시국의 시스티나 성당 등 시간의 제약으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아쉬움은 어느새 다시 여행에 대한 갈망으로 탈바꿈했다.
여행은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만 간다는 말. 위험한 여행은 왜 하냐는 말. 사서 고생은 하기 싫다는 말.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그 말들이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자를 주저앉히고 망설이게 하지만, 누군가는, 바로 나처럼 안정보다 모험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시 또 여행을 꿈꾼다.
여행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일탈이라는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해준다. 그 속에서 인연을 만나고 추억을 쌓고 자유와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역할과 책임감을 부여받은 현실에서 잠시 잠깐이나마 진정 내가 꿈꾸고 원하는 것을 만나게 해 준다. 그 모든 가식과 삶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원초적인 나 자신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 진정한 나와 만나는 즐거움이 너무나 커서 그 모든 불편함과 두려움을 감수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 여행이란 평생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