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뤽상부르 공원

엄마와 아기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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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이 있다. 참 선하게 생기셨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세요, 부자 되세요 등. 나 같은 경우에는 동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참 기분이 좋다. 어려서는 별 감응이 없었는데, 요새는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지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내가 나이를 먹은 걸 실감한 건 뤽상부르 공원에서였다. 그곳에서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는 한 아기와 엄마를 봤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도 많고 이미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한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난 여전히 혼자다. 만 스물아홉 여행 당시에도 혼자였다. 뤽상부르 공원에서 엄마와 아기를 보니, 나도 언젠가는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직은 머나먼 남의 일인 것만 같다. 그런데 그곳의 엄마와 아기의 정겨운 모래 놀이를 보고 있자니,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는 장난감 덤프에 연신 모래를 담았다가 그것을 다시 바닥에 쏟아붓는 것을 반복했고 엄마는 그런 아기를 지켜보며 가끔씩 물통에 물을 담아줄 뿐이었다. 그 단순한 반복행위가 내 안의 모성애를 꿈틀거리게 했다. 모성애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흔히, 엄마가 되어봐야 친정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우리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빨리 결혼하길 바라시지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대학원 공부도 마쳐야 하고, 돈도 더 모아야 하고, 결정적으로 남자 친구가 없다. 그래서 여행도 혼자 왔다. 하지만, 이날 나는 뤽상부르 공원에서 나의 미래를 꿈꿔봤다. 내게 아기가 생기면, 나도 여기 있는 저 엄마처럼 아이와 잘 놀아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모래놀이, 장난감 놀이, 물총놀이 등등 모두 다. 한 친구는 아기와 함께 숲 유치원에도 다닌다고 한다. 나도 그러한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 평온하고 아름다웠던 공원에서 느낀 내 감상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이내 우리 엄마에 대한 아련함으로 이어졌다.

우리 엄마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구 상에서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하신다. 그래서 어디 같이 해외여행 나가기도 쉽지 않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엄마에게 잘해드려야겠다. 처음으로 동생과 함께 홍콩과 마카오로 여행을 떠났을 때 제일 먼저 연락하고 싶었던 사람, 우리 엄마. 머나먼 이국땅에서 전화를 걸자 무사히 잘 다녀오라며 격려해주신 우리 엄마, 우리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꼭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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