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좋은 사람이 참 많다.
기차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영화 <비포 선라이즈>이다.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헛된 꿈을 꿔본 적은 없다. 그런데 영화 같은 사랑이 이뤄지지 말란 법은 없었다. (조금 간을 쳐서)
2016년 여름은 나에게 황홀한 시간이었다. 혼자 여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여행해서인지 정말 낯선 사람들과 많은 인연을 맺었다. 꼭 남녀 간의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사람 간의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온 시간이었다. 그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첫 번째로 만난 기억에 남는 인연은 플릭스 버스를 타고 런던에서 파리에 처음 도착한 날이었다. 나는 짐을 숙소에 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필사적으로 내가 묵을 민박집을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지하철을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 내렸다. 순간 당황! 다시 지하철을 타고 되돌아가는데 이번엔 휴대폰이 꺼졌다. 정말 난감! 어쩌지 하며 발을 동동거리다 카페에 가서 휴대폰을 충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음료를 시키기 위해 카운터에 주섬주섬 지갑에 있던 돈을 다 꺼내놓는데 사장님이 놀라면서 얼른 집어넣으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쁜 사람들의 타깃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휴대폰을 충전하지 못했다. 다시 카페를 나와 헤매고 있는데 한 프랑스인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친절한 미소로 허둥대는 나에게 자신의 보조 배터리를 건넸다. 기종이 달라 충전하진 못했지만 우리는 따스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파리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친절한가?’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그다음 인연은 스위스 융프라우로 가는 산악열차에서 만난 스위스인 여자분이었다. 그녀는 내게 영어로 스위스 융프라우 전망대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자신만 따라오라며 혼자 여행 중인 내게 쉴 새 없이 말을 건네주는 그녀가 참 고마웠다. 융프라우 전망대를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일본인 여행객도 참 고마운 분이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분은 열차를 갈아탈 때 비가 보슬보슬 내리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벌의 외투를 내게 건넸다. 우리는 서로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과 온기를 교환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지막 여행지는 베니스, 피렌체를 거쳐 도착한 로마. 숙소가 테르미니 지하철역 근처였는데 나는 그만 다른 역에 잘못 내리고 말았다.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헤매다가 한 카페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한 외국인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곳에서 민박집 사장님의 연락을 기다리며 한참을 영어로 소통했는데 그는 시종일관 내 말에 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고 잠시간 함께 커피를 마신 것이 전부였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누군가와 오래도록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다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에로스가 가미된 낭만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이 또한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이라 생각한다. 아주 간혹 악연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다. 혼자 하는 여행이란 또 어떤 설레는 인연을 만날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여행자들이 그토록 여행을 다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