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사장, 패러글라이딩 전문 강사, 곤돌라 운전기사
한국에서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하면 전문직 아니면 안정적인 공무원, 또는 초등학생들의 꿈인 유튜버, 연예인 등이 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해보니깐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고 우리는 얼마든지 나만의 개성을 살려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흥미롭게 바라본 직업으로는 민박집 사장, 패러글라이딩 전문 강사, 곤돌라 운전기사가 있다.
먼저 나는 런던, 파리, 인터라켄, 피렌체, 로마에서 모두 한인민박집에 머물렀는데 민박집마다 색다른 인테리어와 서비스,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맨 처음 도착한 런던의 숙소는 다소 작은 아파트 내부에 있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지만 나와 같은 방을 쓰는 또 다른 한국인 여행객은 나보다도 30분 정도 더 후에 도착했다. 옆방에는 딸을 데리고 출장 온 아버지가 계셨는데 조식을 먹을 때나 저녁 시간에 오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한 민박집에는 몇 개월씩 일하는 20대 초반의 한국인 스텝들도 있어서 잠시 잠깐씩 서로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비록 혼자 간 여행이었지만 이렇게 숙소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인과 대화를 꽃피울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파리에서는 스텝은 없고 사장님이 혼자서 직접 운영하셨는데 고급 아파트 내부에 유럽풍의 가구들로 꾸민 객실은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었고 역시나 같은 방을 썼던 또 다른 한국인 여행객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지하철 티켓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로마 민박집의 사장님은 직접 지하철역까지 픽업 나오시고 한국으로 출국할 때도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직접 데려다주는 등 많은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베네치아나 인터라켄에서 머물었던 호텔 못지않게 꽤 만족스러움을 선사했고 ‘여행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해보는 것도 꽤 괜찮겠는걸?’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물론 요새는 코로나 19로 힘든 상황이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지만 진정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민박집이 아니더라도 여행자를 위한 휴게소나 카페 같은 것을 운영해봐도 참 좋겠다는 생각.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매료되었던 직업은 인터라켄에서 만난 패러글라이딩 전문 강사분이셨다. 위험한 레포츠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여행자와 함께 15분씩 상공을 날아다니는 강사 분의 하루가 너무나 부러웠다. 아름다운 청록빛의 호수와 푸르른 숲 위를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일은 아무에게나 주어진 행운은 아닐 것이다. 하늘에서 이리저리 각도를 잡으며 개그를 날리고 사진을 찍어주고 착륙지에 내리기 직전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방향을 틀며 재미있게 해 주시는 강사분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하늘을 날며 찍은 사진을 유에스비에 담아주는 서비스까지 꽤 만족스러운 즐거운 일탈이었다. 물론 나는 워낙 겁이 많아 직업으로 삼기는 힘들겠지만 내가 한국에서 쉽게 만나보지 못한 직업인을 만났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세 번째 신기했던 직업은 바로 베네치아의 곤돌라 운전기사.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수려한 외모에 현란한 영어 능력으로 베네치아 구석 곳곳을 설명해주시고 중간중간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까지 뽑아주셨다. 매일같이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베네치아의 강물 위에서 노를 젓는 인생이라니.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있을까? 베네치아에서 사 온 곤돌라 모양의 스노우볼을 보며 이따금씩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다.
대학과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좁은 관문만을 바라보며 모두가 한길을 걷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이따금씩 외국을 나가보는 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 준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직업의 수는 워낙 많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나 분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에는 이런 색다른 직업도 있네.”하고 감탄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고궁 안내 가이드나 전래놀이 강사, 한옥 스테이 사장님 등. 외국에 다녀오니 한국에 대한 사랑이 더욱 짙어졌다.
쩝.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알베르토 말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예술 분야 등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