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잊히지 않는 일화가 하나 있다. 대학 4학년 때의 일이었다. 음악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헐레벌떡 강의실로 뛰어들어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필통과 교재를 꺼내놓고 가방을 뒤집었는데… 그만 흘러나온 것은 다름 아닌 ‘물’이었다. 그것도 물통 속의 물이 아닌, 그대로 쏟아진 액체 상태의 물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한 남학생이 깔깔 웃으며 “너답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나는 정말 어리바리의 대명사였다. 하이킥의 꽈당 민정이나 논스톱의 어리바리 장나라처럼 드라마 속 인물이었다면 귀엽게 봐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연예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 그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물론 가끔은 나를 ‘귀엽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말속에는 왠지 ‘함부로 대해도 될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함께 담겨 있는 듯해 마음이 씁쓸할 때도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적으로 몰입하지만, 관심이 없거나 흥미가 없는 일에는 철저히 무심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상식이 부족하다며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화 주제는 종종 연예계 소식이나 다른 사람의 뒷이야기일 때가 많다. 그런 이야기들에는 흥미가 없으니, 그 시간들이 내겐 꽤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남편이 배우 손준호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어머니께 핀잔을 들었다. 나로서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에는 정말 약하다. 그런 것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가끔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