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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Oct 15. 2022

진짜 친구 찾기

존재 자체를 사랑하기

이 동화를 읽고 쓴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진짜 친구 찾기


 부모님이 이혼하신 유리는 친구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환심을 산다. 이런 유리에게 시내는 과연 그렇게 사귄 친구가 진짜 친구일까라며 충고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시내는 정작 늘 혼자 다닐 뿐이다. 유리는 이런 시내가 고맙기보다 기분 나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가 친구들에게 숨긴 비밀들이 들통나고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들이 일제히 등을 돌린다. 시내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유리는 시내의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지금껏 자신이 친구라고 믿었던 반 친구들은 진짜 친구가 아니었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유리는 모두의 천사 내지 호구에서 한 순간 반 전체에게 따돌림당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사물함에는 장난감 뱀을 숨겨놓고 점심시간에는 발을 걸어서 식판을 엎지르게 만든다. 그러나 나쁜 행동을 한 친구는 증거 있냐며 오히려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워 선생님에게 혼나게 만든다. 이 동화를 읽고 있자니 내가 겪었던 대학생활 그리고 꼬리표처럼 이어진 이십 대의 괴로움이 떠올랐다. 정글 속에서 온갖 야생의 날짐승들과 싸우며 피 흘리는 심정이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린이 독자들의 고민이 친구와의 갈등이 많았다며 늘 혼자였던 자신을 떠올리며 동화를 썼다고 한다. 그런 자신에게 다가온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고 그렇게 추억을 쌓을 수가 있었다고. 그런 아련한 기억이 있기에 이 동화가 희망적인 결론에 다 다를 수 있었나 보다.


 그런데 나는 좀 회의적이다. 이 동화 <진짜 친구 찾기>에서는 유리가 좋아해서 친해진 범수도, 유리의 비밀을 폭로한 보미도, 유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혜정이도 결국에 마음을 고쳐먹고 소중한 진짜 친구가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그런데 이미 한 차례 나를 미워하고 오해하고 적대적이었던 사람들과 화해하고 다시 가까워졌다가 또다시 처음 멀어졌을 때와 같은 이유로 멀어진 경험이 있는 나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믿음이 생겼다. 내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걸까?


 조개는 많은 상처와 아픔의 시간을 겪은 후 아름다운 진주를 품어낸다고 한다. 난 차라리 내가 더 많이 배려하고 맞춰주고 억지로 노력하며 힘을 빼기보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지라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고자 한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바로 그런 사람이 곁에 온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기 위해, 가짜 같은 친구가 아닌 진짜 친구를 곁에 두기 위해 늘 마음을 갈고닦아야겠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자면 친구관계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줄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부터가 나와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거나 배척하고 따돌리는 태도를 줄여야겠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거울처럼 비추는 존재니깐. 타인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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